【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문항(초고도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소위 일타강사들과 대척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개혁을 꺼내들면서 ‘킬러문항 배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9월 모의평가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킬러문항 배제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환호를 받을 일이지만 교육개혁의 실패는 정권의 명운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손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개혁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 배제를 꺼내들었을 때 학원가에서는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교육개혁의 문제는 장기간의 시간을 두고 움직여야 하는데 너무 성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지난 19일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쉬운 수능 논란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이에 앞선 지난 15일 수능 관련 지시를 내리면서 ‘쉬운 수능’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공교육 밖 내용을 출제해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는 불공정을 지적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킬러문항 배제를 밝혔다. 킬러문항은 상위급에 대한 분별력을 높이기 위해 만든 문항인데 최근 들어 교과서 밖에서의 내용이 문제로 제출되는 경우가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킬러문항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이유로 킬러문항 배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너무 급하다는 것이다. 이제 수능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수능을 바꾸겠다고 밝히면서 학생은 물론 학부모 그리고 학교와 입시전문가들은 혼란을 보일 수밖에 없다. 킬러문항을 배제하게 된다면 수능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에 따라 혼란은 더욱 거듭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결국 물수능이 되면서 분별력이 떨어지고 이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원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킬러문항 배제에 혼란
킬러문항 배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능 분별력을 갖춘다면 그에 따라 호응도는 높아지면서 지지율이 상승할 수도 있지만 거꾸로 킬러문항 배제가 ‘물수능’으로 된다면 원망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수능은 즉흥적으로 변경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교육 정책이 나온다면 최소한 내년도에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현 중학교 3학년생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의 수능을 생각하고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교육정책 변화의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공부하는 동안 교육정책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에 대한 안심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에 매진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교육 정책이 바뀌게 된다면 그로 인한 혼란으로 정권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부르는 것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킬러문항 배제가 물수능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오히려 수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능의 난이도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에 출제위원들 입장에서 수능 난이도 조절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는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로도 이어질 수 있다.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로 중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은 떨어지게 되고, 중하위권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을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수능으로 더 이상 변별력을 갖추지 못하게 되면서 수시 모집 등 다른 방법으로 변별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올해 고3 수험생들은 힘든 수능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학부모들의 분노
무엇보다 정부가 수능 5개월을 앞두고 수능 난이도 문제를 건드렸다는 것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분노를 찌르게 만들기 충분하다. 왜냐하면 수능 공부라는 것이 한 두 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수험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수능 공부를 시작했을 정도로 수능 공부는 장기적으로 이뤄진다. 이런 이유로 수능은 예측 가능성을 갖춰야 한다. 즉, 내가 고3이 됐을 때 수능 문제는 어떤 식으로 출제되고 어떤 식의 난이도가 있을 것인지 예측이 가능해야 공부를 하게 된다. 만약 수능 난이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수능을 풀게 되면 수능을 망칠 경우 그 원망은 교육부로 향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고3 수험생들이 내년 총선 때 유권자가 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만약 올해 수능 난이도가 실패하게 된다면 그에 따라 내년 총선의 성적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비단 고3수험생의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와도 연결된다. 벌써부터 주변에서는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들이 동요하고 있다. 이런 동요는 결국 내년 총선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는 분위기다.
사교육비 근절에 대한 공감대는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건드리는 시기가 문제라는 것이다. 수능 5개월을 앞두고 수능 난이도 문제를 건드려서 사교육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은 너무 성급하면서도 정책의 영속성과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비판이 하늘을 찌르게 된다면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마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해서 처참한 참패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타강사는 왜
여기에 사교육을 근절하겠다면서 학원가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학원가 단속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하필 이 시기냐’는 것이다. 수험생들이 가장 공부에 열을 올릴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근절하겠다면서 학원가를 단속하려면 수능이 끝나고 난 후 2월까지 해야 한다. 3월 이후서부터는 6월 모의고사를 수험생들이 준비해야 하고, 지금은 9월 모의고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학원가가 대대적인 단속으로 인해 어수선해지면 수험생 역시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교육계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비판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일타강사에 대한 공격은 인강 즉 인터넷 강의의 정의와 성격을 제대로 모르고 공격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 고3 수험생의 사교육비 경감의 일등 공신은 인강과 일타강사다. 과거에는 스타강사의 강의를 듣고 싶어도 그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인강이 등장하면서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일타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기회의 균등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일타강사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몇백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따라서 시장주의 원리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것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인강과 일타강사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계속해서 일타강사의 높은 연봉이 마치 부정한 방법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포장을 하면서 공격을 하고 있다.
인강과 일타강사가 크게 위축되면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수험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인강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일타강사가 점차 사라지게 된다면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인강과 일타강사는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일타강사는 전국 수십만의 수험생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만약 일타강사가 정치적 소신 발언이라도 하게 된다면 내년 총선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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