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매장 내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사기 전 체험만 할 수 있는 일명 ‘팔지 않는 가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체험형 점포는 손님에게 구매 부담을 주지 않아야 오히려 소비심리를 작동시킬 수 있다는 전략에 따라 늘고 있다. 고객들이 체험형 점포에서 물건을 써본 후, 온라인 구매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팔지않는 가게를 열기 위한 컨설팅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는 체험형 점포를 다루는 베타 재팬이 최근 기업 컨설팅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타 재팬이 내세운 ‘팔지 않는 가게’가 급속도로 인기를 끌면서 이 노하우를 외부 기업에 판매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베타 재팬은 ‘바이베타’라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바이베타는 체험형 매장을 원하는 기업에는 데이터를 관리해주는 소프트웨어(SW)와 태블릿PC 등을 제공하고, 직원들의 접객 교육과 점포 설계, 집객 이벤트 자문도 지원한다. 올해에는 30개 점포에 이를 전수할 계획이다.
2020년 미국에서 일본으로 들어온 베타 재팬은 가전제품이나 화장품을 판매하지 않고, 체험만 할 수 있는 ‘팔지 않는 가게’를 선보였다. 베타는 현재까지 도쿄와 오사카 등 일본 내 4곳의 지사를 열었는데, 이곳에서 체험형 매장 일부를 다른 기업에 빌려주고 임대료 명목의 참가비를 받아왔다. 최근에 외부 기업의 입점 요청과 상담이 부쩍 늘면서, 이같은 서비스를 고민하게 된 것이라고 니케이는 전했다.
지난 4월에는 닛산자동차 고리야마점이 바이베타의 도움을 받아 신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었다. 차량용 소형 청소기, 유아용 카시트, 휴대 가능한 방재용품 등을 전시했다. 이곳에서 점원은 태블릿PC를 이용해 특징을 설명하는데, 태블릿PC는 내장 카메라를 통해 상품 앞에 멈춰선 사람의 성별이나 연령대 등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기록한다. 이곳에서는 진열 상품의 구매가 불가능하며, 오로지 체험만 가능하다. 매장에서는 구매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인터넷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같은 기간 나고야에 문을 연 화장품 체험 매장 ‘유이츠 바이 마이 가쿠야’는 개업 전 바이베타에 직원 교육을 의뢰했다. 바이베타는 고객을 응대할 때는 고객이 “예”와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한정 질문’과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는 ‘확장 질문’을 번갈아 대화할 것을 교육하고, 체험형 매장의 목표 설정 방법 등을 전달했다.
키타가와 타쿠지 베타 재팬 대표는 “구매 압박을 고객에게 주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고객의 본심을 끌어내는 노하우가 베타만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키타가와 대표는 향후에는 베타 재팬 점원을 컨설팅 점포에 파견하는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팔지 않는 가게가 인기를 끌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대신 온라인으로 거래를 선호하게 되면서, e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21년 e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13조엔(117조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30% 증가했다. 결국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기업들도 ‘팔지 않는 가게’로 오프라인 매장의 차별성을 극대화하게 된 것이다.
니케이는 “물건 구매는 e커머스로 충분한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은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의 가치를 모색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