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세계적인 ‘거물급’ 인사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의외의 타이밍에, 의외의 인물과의 만남을 성사시킨 인물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다. 그는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고, 시 주석은 그 자리에서 “올해 베이징에서 만난 첫 미국 친구”라며 그를 환대했다. 그간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중국 개발과 후원에 관심을 보여온 데 대한 화답이라고 볼 수 있겠다.
미국 재계나 금융계 인사들의 방중 일정도 눈에 띄게 잦아졌다. 이달 초에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5월 말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가 방중했다. 3월 팀 쿡 애플 CEO는 리창 국무원 총리뿐 아니라 중국 소비자들과 만나며 떠들썩한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했다.
최근엔 18일 방중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목을 끈다. 블링컨 장관은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양자 문제와 더불어 북한 문제를 포함한 지역 안보 문제, 미·중 협력 분야 등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미·중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국면을 디리스킹(위험제거)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 내 분위기는 어떨까. 미·중 관계가 긴장감을 키우는 와중에도 미국 경제인의 방중을 환영하는 한편, 현지 언론은 블링컨의 방중에도 무척이나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와 경제가 각자의 박자에 맞춰 작동하는 인상이다. 때릴 땐 때리고, 취할 건 취해가면서, 상황에 따라 완급을 조절한다.
한국에서도 방중 소식이 잇달아 들렸다. 김태년 의원 등 민주당 의원 5명은 이달 12~15일 베이징에서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을 비롯해 다수의 씽크탱크를 만난 뒤 귀국했고, 같은 당 도종환 의원 등 7명의 의원도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지난 15일 방중했다. 반면 박진 외교부 장관을 포함해 우리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방중 계획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민주당 인사들의 방중을 두고 여당은 “굴욕외교”라 지적하며 맞붙었다. 중국에서는 우리 국회의원들의 방중에 대해 유의미한 보도 없이, 그저 통상적 외교로 여기는 분위기다.
물론 외교의 방식은 다양하고, 각국 특유의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 중국 내에서의 환대와 관심이 중요성의 척도인 것도 아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그는 지난 15일 호주와의 친선경기를 위해 최근 방중한 바 있다)를 이길 사람도 없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미·중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향할 경우, 애매해질 한국 상황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복잡한 글로벌 정세에서 대중 외교는 최소한의 초당적 방향성을 만들어야 한다. 아쉽게도 현재의 정치권에는 전례와 맥락, 득과 실을 세심하게 판단해 이 방향을 설정해보려는 분위기가 읽히지 않는다. 정쟁보다는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에는 왜 항상 국민들만 진심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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