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토막 살인 사건을 저지른 중국인(조선족) 오원춘 /사진=뉴스1 |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
“남자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부부싸움 같은데.”(오원춘 사건 관련 경찰 녹취록 일부)
2012년 6월 15일,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뒤 시신을 엽기적인 방법으로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오원춘에 대한 1심 재판이 열렸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동훈)는 오원춘에 대해 “자신과 관계가 없는 피해자를 계획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시신까지 훼손했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저해하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반성의 기미나 개선의 여지가 없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이는 같은 해 4월 1일 발생한 사건에 따른 판결이다. 조선족인 오원춘은 20대 여성 곽모씨를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살해 후 시신을 토막 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시신을 무려 280조각으로 해체해 충격을 안겼다.
112 신고했으나…”주소가 어떻게 되죠?”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2012년 4월 1일 오후 10시 32분, 피해자 곽씨는 오원춘에게 갑자기 덮쳐져 그의 집으로 끌려 들어갔다.
오원춘은 “집 앞에서 어깨가 부딪혀 시비 끝에 집으로 데려가 살해했다”고 주장했으나 CCTV 확인 결과 오원춘은 걸어가던 피해자 앞에 갑자기 나타나 피해자를 밀치고는 자신의 집으로 끌고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오원춘은 “돈을 줄 테니 성매매를 하자며 제의했는데 완강히 거부하자 살려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스패너로 머리를 쳐서 기절시키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목숨을 건질 기회가 있었다. 그가 납치 18분 뒤인 오후 10시 50분, 경기지방경찰청의 112센터에 강간을 당하고 있다고 신고했기 때문.
그러나 피해자가 구체적인 주소를 밝혔음에도 신고 접수자는 “주소 다시 한번만 알려주세요”, “주소가 어떻게 되죠?”를 반복하는 등 미흡한 대처를 하고 말았다. 심지어 피해자의 구조 요청을 부부싸움으로 오인하는 실수마저 저질렀다.
신고 4분 후 순찰차 5대와 형사기동대 1개 팀 등 모두 16명이 최초 수색 활동에 나섰지만 담당 수사관과 경찰관은 범인을 찾지 못했다. 피해자가 정확한 위치를 알려줬음에도 피해자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 된 기지국 근처 500m 내외를 수색했던 것.
더욱이 늦은 시각 주택가라는 이유로 사이렌을 울리지 않았고, 불이 꺼진 집에 대해서는 탐문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조현오 경찰청장은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끔찍한 사체 훼손…오원춘 “인육 목적 범행 아냐”
현장검증 하는 오원춘 /사진=수원중부서 |
참혹한 사체 훼손에 일각에서는 오원춘이 인육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피해자 유가족은 한 방송에 출연해 “범행 동기가 인육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원춘이 공급책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원춘이 280조각으로 분해한 피해자의 사체를 14개 봉지에 균등하게 담은 점을 주목하며 “포인트는 성범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인육 제공설 등을 인정하며 오원춘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오원춘은 항소했고, 2012년 10월 18일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 이유가 됐던 인육 공급 등의 범행 목적을 양형 요건으로 삼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체 유기가 아닌 다른 의도가 의심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체를 훼손한 수법 △훼손 형태 △사체 보관 방법 등을 근거로 오원춘이 인육 제공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2심 판결 후 피해자 유가족은 “국가가 얼마나 더 잔인하게 사람이 죽어야지만 사형을 내리는 거냐”며 “얼마나 더 끔찍하게 죽여야지만 사형이 선고가 되는 건지 알고 싶다. 이런 사건조차 무기징역이 나는데 범죄자들이 얼마나 활개 치고 다니겠냐”고 오열했다.
그리고 2013년 1월, 오원춘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오원춘은 현재 경북북부제2교도소(청송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피해자 유가족에 1억원 배상하라”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후 피해자 유가족은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6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7월 대법원은 경찰에게 책임이 있음을 인정해 유가족에게 약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신고내용을 112 신고센터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했다면 피해자를 생존한 상태에서 구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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