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타마현이 운영하는 수영장에서 ‘수영복 여성 촬영회’를 계획했다가 성 상품화 등의 이유로 지방의원들이 반대하자 논란이 일었다.
14일 TBS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사이타마현의 공원을 관리하는 위탁기관인 현공원녹지협회는 오는 10~25일 현 내 공원 두 곳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6건의 ‘수영복 여성 촬영회’ 중단을 요청했다. 이달 촬영회를 신청한 업체 중 2곳이 규정을 어긴 사실이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업체들도 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개최 예정인 공연 대여를 일괄 취소한 것이다.
일본 공산당 젠더평등위원회 소속 사이타마현 의원들은 “과거 사진을 확인했더니 수영복 차림의 여성이 외설적인 자세를 취하는 등 성 상품화를 목적으로 한 행사가 분명하다”라며 “미성년자들이 출연한 적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곳에서 열렸던 수영복 촬영회 사진이 트위터 등에 공개되면서 반대 여론이 일기도 했다. 수영복을 입은 중학생 소녀에게 100명이 넘는 남성이 카메라를 들이댄 모습이나 아크릴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성 참가자가 중학생 모델과 밀착 촬영을 한 사진 등이었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사이타마현 공원녹지협회는 “촬영회가 ‘외설적인 자세 금지’ 등 규칙을 어겼다”는 결론을 내리고, “앞으로 현의 직영 시설에서는 수영복 촬영회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페미니스트·좌파가 표현의 자유 침해”…남성들 분개
행사를 기대하던 남성들은 ‘페미니스트’와 ‘좌파’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그라비아 아이돌’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분개하고 있다. 일부 그라비아 아이돌도 해당 사건을 두고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빼앗지 말아달라”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호소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젊은 여성의 비키니 수영복 차림 등의 화보는 ‘그라비아’로 불리며 하나의 출판 장르로 인식된다. 그라비아 화보 촬영은 일본 연예계 등용문 중 하나로 여겨지며 과거에는 초등학생이 찍어도 법적 문제가 없었다. 현재는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미성년자 그라비아 화보를 제작하면 처벌받는다.
다만 최근 일본에서는 ‘성 상품화’, ‘아동 성 착취’에 대한 비판 의식이 높아지면서 미성년자 및 공공장소에서의 그라비아 촬영에 문제 제기가 일고 있다.
오노 모토히로 사이타마현 지사는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규정 위반이 확인되지 않은 업체에까지 일괄적으로 대여 취소처분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4개 업체에 관해서는 협회 측의 대관 불허 처분을 취소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노 지사는 “수영복 촬영 자체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면서도 “공공복지에 반하는 미성년자 촬영이나 외설적인 자세는 억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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