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이른 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공판이 끝난 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변호인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6.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해자가) 주민등록번호나 모든 걸 달달 외우고 있대요. 보복하겠다고.”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A씨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가해자의) 구치소 동기와 얘기를 해보니 내가 사건 이후에 이사 간 아파트 주소까지 가해자가 알고 있더라”며 “민사소송을 하고 있어 정보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이 사건 가해자 B씨는 지난해 5월22일 일면식 없는 A씨 뒤를 쫓아가 발로 머리를 가격했다. A씨는 정신을 잃은 채 폐쇄회로(CC)TV 없는 사각지대로 끌려갔다. 7분여가 흐른 뒤 범행 장소를 빠져나가는 B씨 모습이 CCTV에 잡혔다.
A씨는 정신을 잃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었지만 수사와 재판기록을 볼 수 없었다. A씨는 구체적인 정황을 알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제서야 사건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가 B씨에게 노출됐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소송 당사자는 소장 부본 등에 신상정보를 기재해야 하고 이를 서로 열람할 수 있다.
A씨는 “입주민이 우연히 발견해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지만 (가해자는) 내 상세 주소를 알고 보복을 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예견된 현실이 너무 불안하고 그냥 살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뿐 아니라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가해자가 소장에 기재된 피해자 신상정보를 이용해 2차 가해를 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2018년에는 한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자의 집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가해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민사소송법을 개정해달라’는 청원을 제기했다.
이 사건 가해자는 중강간치상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그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도 승소했지만 자신의 신상정보가 담긴 민사 판결문이 가해자에게 송달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
피해자는 “핸드폰 번호를 10번 넘게 바꾸고 개명도 했지만 이사 갈 형편이 안 돼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형사소송에서는 피해자 인적 사항이 보호돼 민사소송도 제기했지만 착각이었다. 알았다면 (소송 제기를)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범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를 주저하는 범죄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복범죄 관련 사건은 2018년 268건, 2019년 294건, 2020년 298건, 2021년 434건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성범죄 등 특정 범죄에 한해 민사소송상 개인정보 열람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복범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개인정보 비공개 제도를 마련한 국가도 적지 않다. 프랑스는 성범죄 사건의 경우 제3자의 주소를 자신의 주소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고 오스트리아도 피해자 정보를 별도로 제출하도록 해 유출을 방지했다.
국내에서도 보복범죄 예방,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행사를 위해 개인정보 열람 등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18년 20대 국회에서 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입법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21대 국회에서도 2020년, 2021년에 이어 지난 2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