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형 조사로 감형 시도 실패…도주하다 재판 중 구속까지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법원이 감형을 노리고 ‘외상 합의서’를 낸 사기범에게 초범으로는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사기범은 선고를 미루려 코로나19 양성 확인서까지 제출했지만 검찰의 양형 조사로 위조 사실까지 꼬리를 잡혀 다시 수사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달 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64)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철거공사 수주를 하면 큰돈이 생기는데 국회의원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피해자에게 총 7억800여만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은 혐의로 2021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법정에서 투자확인서를 작성하고 회사의 지분을 양도한 ‘투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가 가로챈 돈을 도박 대금, 생활비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고 반박했다.
평범한 사기 사건의 재판 절차를 밟던 이 사건은 A씨가 지난해 9월 선고 직전 코로나19 양성 확인서를 제출하고 불출석하면서 다르게 흘러갔다.
코로나19에 걸렸다는 A씨는 그해 9월13일과 27일 두 번에 걸친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도주했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결국 A씨는 올해 4월13일 검찰에 잡혀 구속됐다.
A씨는 전략을 바꿔 감형을 시도했다.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금을 갚았으니 양형에 참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피해자는 “합의금 3억3천만원을 현금으로 지급받았고 이후 A씨의 회사를 팔면 그 액수의 50%를 받기로 했다”는 합의서를 재판부에 냈다.
그러나 이를 미심쩍게 본 공판 검사는 합의로 인정할 수 없다며 ‘양형 조사’를 서울중앙지검 양형조사담당관에게 의뢰했다.
이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양형 자료의 진위를 면밀히 확인하는 절차다.
조사 결과 피해자가 합의금을 실제로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외상 합의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더해 A씨가 재판을 미루기 위해 제출한 코로나19 양성확인서도 가짜라는 사실까지 들통났다.
재판부는 “수년 동안 여러 차례 피해자를 기망해 7억원이 넘는 큰 금액을 편취하고 생활비나 도박자금으로 사용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허위 코로나19 양성 확인서를 제출해 도망하는 등 자신의 행동을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형조사담당관의 조사를 통해 피고인의 꼼수 감형 시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실형 선고를 끌어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검찰은 A씨의 허위 양성확인서 제출 경위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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