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신임 대통령이 10일 취임식을 마친 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환송하고 있다. 2022.5.10/뉴스1 |
‘일하는 국회’를 다짐하며 출발한 21대 국회는 전반부엔 문재인 정부와, 후반부엔 윤석열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170석에 육박하는 초거대 1당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전반기엔 여대야소, 후반부엔 여소야대 국면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여야간 대화와 타협은 사라졌고 불통과 정쟁이 빈자리를 채웠다.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에서 보듯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된다. 자연스레 법안 처리 속도도 떨어졌다. 올해말부턴 여야 모두 총선 준비 태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남은 1년도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0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이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21대 국회 법안 처리현황을 분석한 결과, 윤석열정부 출범 후 1년간(2022년 5월10일~2023년 5월31일) 발의된 법안 수는 총 6653건으로 이 가운데 현재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단 414건(6.2%)에 그쳤다.
반면 2020년 5월30일 21대 국회 개원 이후 문재인정부이 끝나는 시점까지는 1만4075건을 발의해 이 가운데 1073건(7.6%)을 처리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국회의 법안 처리동력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얘기다. 여당 내부에 “야당의 협조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패배감과 무력감이 팽배해진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여당이던 전반부 21대 국회는 문재인 정부와 한 몸처럼 움직였다. 거대 여당은 ‘임대차3법’ ‘검수완박법’ 등 야당이 극렬하게 반대하던 법안들을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매년 역대급 증가율을 기록한 본예산, 그것도 모자라 수차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 등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도 압도적인 의석수를 여당이 확보했기에 가능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 결성 39주년 기념식’에 자리하고 있다. 2023.5.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그러나 대선 후 여야가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득표율 0.73%포인트 차이로 대선에서 패한 후보자가 이끄는 거대야당은 애초에 윤석열정부와 정책의 궤를 달리했다. 사사건건 집권여당과 부딛혔다. 그러다보니 거대야당은 대화와 타협보다는 숫자로 밀어붙이는 데 주력했다. 올들어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회 통과를 주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을 비롯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우회해 본회의에 직회부한 상태인 방송법, 노란봉투법 등이 대표적이다. 숫자에서 밀리는 여당에겐 정치적 선택권이 없다. 헌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기대, 논란의 법안들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3분의 2인 재의결 정족수를 맞추지 못한 해당 법안들은 결국 폐기됐다.
야당은 야당대로 불만이 크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통령 거부권 정치가 삼권분립을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입법부의 권한을 무력화한다는 푸념이 나온다. 민주당을 1년 넘게 이끌었던 박홍근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월 고별회견에서 “여당은 매번 용산 대통령실 눈치에 재가를 받아오기 급급했기에 국회 상황은 성과 없이 매번 제자리걸음만 반복해야 했다”며 “이재명 당대표도 그렇지만 저도 제 임기내에 현직 대통령과 회동 한번 갖지 못한 불통 정치의 중심부를 거쳐온 것은 못내 아쉽다”고 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여야 영수회담은 정치적으로 ‘협치’와 ‘소통’, ‘정치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한 상징성을 갖는다”면서 “야당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집권여당의 여유와 품격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6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식사 시그널’을 보고 있다. 이 화면에는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에 화살표 방향과 엑스가 표시돼 있다. 2023.5.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법안들까지도 표류하고 있다. 당장 윤석열정부의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위한 입법 논의는 협치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방사선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고준위방폐장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리 1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는 86%, 고리 3,4호기 역시 90% 이상 포화상태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된 고준위방폐장특별법은 여야가 이견이 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위한 재정준칙 법제화도 시급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으면 2040년 생산가능인구 1인당 국가채무가 1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가채무 누적으로 미래세대가 매년 갚아야 하는 이자지출은 2060년에 3배 넘게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남은 1년도 비슷한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여당 입장에선 1년 간 소기의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여소야대 국면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의 경우 이재명 사법리스크 등등 총체적인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 사생결단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리한 진지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협치와 상생의 정신 회복을 위한 노력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공학적 셈법에 따른 ‘머릿수 입법 독주와 거부권 저항’의 강대강 대치 국면은 사회 전반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총선의 캐스팅 보트는 결국 중도층이 쥐고 있는 만큼 외연확장을 위해서라도 정치의 복원, 대화와 타협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13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던 제 372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지연되어 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장이 주재한 3당원내대표 회동에서 민생법안 처리와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에 합의했으나 한국당에서 ‘4+1 협의체’가 선거법 개정안의 수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서겠다고 해 선거법 개정안 등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9.12.13/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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