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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치료제로 환각”…’나비약’만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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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에 이용된 음료. /사진제공=서울 강남경찰서
지난 4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에 이용된 음료. /사진제공=서울 강남경찰서

‘나비약’이라 불리는 식욕억제제뿐 아니라 신경정신과 치료용으로 쓰이는 의약품을 오남용하는 사례도 자주 적발되고 있다. 특히 ‘공부 잘 하는 약’이라 불리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이른바 ‘마약 음료’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당시 학생들에게 전달된 마약 음료수 병에는 ‘메가 ADHD’,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ADHD 치료약이 학습 보조 수단으로 오남용되고 있는 탓에 학생들이 의심 없이 음료를 받아든 것이다.

실제 ADHD 약물 처방 인원도 늘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ADHD 약물을 처방받은 인원은 2017년 3만7308명에서 2021년 7만9037명으로 4년 만에 2배쯤 증가했다. 서울시 자치구별로 보면 교육열 높은 곳을 알려진 송파(8.8%), 강남(8.7%), 서초(6.0%) 등 강남 3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ADHD 치료약 중 널리 알려진 약으로는 ‘콘서타’, ‘페니드’, ‘메디키넷’ 등이 있다. 모두 의료용 마약류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향정신성 약품이다. 해외의 경우 ‘암페타민’ 계열도 ADHD 치료제로 쓰고 있지만 마약류인 필로폰(메트암페타민)과 성분이 비슷한 탓에 국내에서는 처방이 불법이다. 과거 일부 연예인들이 해외에서 암페타민 계열 약물을 들여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DHD 환자에게는 이 같은 약물이 일시적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등의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오남용시 내성이 생길 수 있어 복용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 환자는 억제력과 관련된 신경회로가 활성화하지 않아 주의가 분산되고 격양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약을 사용해 해당 신경을 활성화한다”며 “ADHD 약을 복용하면 억제하는 신경회로가 자극이 되니 일시적으로 집중력이 생기고 잠이 안 오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계속 먹으면 나중에는 약 복용 없이는 몸이 쳐지거나 의욕이 떨어지고 심하면 우울증까지 올 수 있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강원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메틸페니데이트 계통 치료약은 각성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집중력에 도움이 되긴 하나 시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겨 용량을 계속 늘려야 하는 등 효과보다 부작용이 점점 더 커진다”고 말했다.

ADHD 치료약이 각성 효과가 있는 탓에 ADHD 환자가 아닌 이들이 복용하면 오히려 더 산만해지는 등 부작용만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마약을 한 것 같은 각성 효과를 노리고 과다, 장기 복용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는 본인 행동이 부산하니 억제를 해야겠다고 해 ADHD 약물을 복용하려고 할 수 있지만 이 약물은 활성이 떨어진 신경을 활성화하는 것이라서 환자가 아닌 사람이 복용하면 오히려 행동이 더 산만해지고 예민해지고 심해지면 환청도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DHD 약뿐만 아니라 졸피뎀 등 일반 개인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처방받을 수 있는 약물을 오남용해 그 부작용으로 대학병원까지 오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ADHD 치료제를 마약으로 볼 수는 없지만 마약을 했을 때처럼 각성이 되고 입맛이 떨어지는 등의 효과가 있어 오남용 하는 경우가 있다”며 “내성 등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만 처방받아 정해진 용량만큼만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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