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글로벌 대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사무실 공간은 더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시장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주거·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나이트프랭크는 전 세계에서 1000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350개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다수 기업이 향후 3년 내 사무실 공간을 10~20% 축소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기술·금융 서비스 등 전 산업군에 걸친 이번 설문에서 사무실 공간을 줄이기 위해 향후 3년 내 본사 이전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절반에 달했다.
이들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적용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350개 기업 중 56%는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채택하는 것을 고려 중이고, 나머지 34%는 상시 대면 근무, 10%는 상시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
금융권의 경우 JP모건은 지난 4월 고위급 직원들에게 상시 재택근무를 명령한 반면 블랙록은 주 4회 사무실 근무로 복귀할 것을 요청하며 사실상 재택근무 종료를 선언하는 등 기업마다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향후 10년간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는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DC 등 미국 주요 도시들이 꼽혔고, 아시아와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나이트프랭크의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인 엘리엇 리는 “임대 기간 만료 등을 감안하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3~6개월이 아닌 3~6년에 걸쳐 보다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사무실 공간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금리 인상으로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부실 대출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미국 주요 은행들이 부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손절’에 들어가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는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 이후 상업용 부동산 부실자산이 다음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영국 HSBC의 미국법인이 최근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기반의 지역은행 팩웨스트 뱅코프는 지난달 26억달러의 부동산 대출 채권을 손실로 처리 매각했고, 필라델피아 지역은행인 밴코프는 올 1분기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을 2500만달러 가까이 줄였다.
주요 은행 경영진과 규제당국도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건전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잔액이 1420억달러에 달하는 웰스파고의 찰리 샤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에게 “우리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위험 관리에 들어갔다”며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그루엔버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도 “상업용 부동산은 수요 약세가 이어지면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당국이 앞으로 지속해서 감독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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