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벌어진 20대 여성 살해 사건 이후 온라인 중개앱에 대한 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신상이 공개된 정유정(23)이 과외 중개 앱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외앱은 직격탄을 맞았다.
5일 에브리타임 등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여대생 A씨는 “부산에 사는데 정유정이 내 정보를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며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과외 앱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중개 앱을 자주 이용한다는 여대생 B씨는 “최근 중년남성에게 연락받았다”며 “이 남성은 ‘과외는 관심 없고 대화만 하면 된다. 원하는 금액을 주겠다’는 메시지도 보냈다”고 했다.
이밖에 “사건 터지고 찝찝해서 탈퇴했다”, “무서워서 오늘 과외 취소했다”, “사진 등 개인정보를 올려놓은 게 불안해서 탈퇴를 고민 중이다” 등의 글이 잇따랐다.
과외 앱 성범죄 등 악용 가능성 예전부터 제기돼
정유정은 사건 발생 이틀 전인 지난달 24일 과외 중개 앱을 통해 학부모를 가장해 ‘중학교 3학년 아이가 영어 과외를 받고 싶다’며 피해 여성에게 접근했다.
과외 앱 대부분은 강사로 등록할 때 대학교 학생증 이미지, 신분증 등을 온라인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강사의 출신 중·고등학교, 고교성적, 사진 등도 공개된다.
정유정이 사용한 중개 앱의 경우 학생증 등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도 올려야 한다. 이뿐 아니라 과외 앱을 통해 전화번호도 쉽게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과외 앱이 학생이나 학부모 회원으로 가입하면 몇 번의 클릭만으로 과외교사의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신원 확인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지만, 강사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되다 보니 강사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셈이다.
과외 앱이 성범죄 등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해 8월 의정부에서는 성매매 등 전과 2범이던 20대 남성이 과외 앱으로 대학생을 유인해 성폭행을 시도하는 사건도 있었다.
정유정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과외 앱은 지난 3일 홈페이지에 공지를 내고 “학생·학부모의 신원 인증을 강화하고, 선생님의 프로필에서 거주 지역, 개인 사진 등을 필수 입력 사항에서 선택 사항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개 앱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는 이른바 ‘재능마켓’이라고 불리는 구직 중개 앱 사용자들에게도 퍼져나가는 중이다. 과거 중개 앱을 활용한 범죄는 주로 랜덤채팅앱을 악용한 성범죄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다양화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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