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아일랜드의 한 마을 전체가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스마트폰을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실험에 돌입해 주목받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과 현지 매체 디아이리시타임즈 등에 따르면 아일랜드 동부 해안 도시인 그레이스톤즈 내 8개 초등학교 학부모 협회는 최근 자녀가 중학교 입학 전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에 자발적으로 합의했다. 인구 1만8000명 규모의 이 도시에는 8개의 초등학교가 있다. 즉 마을 내 초등학교는 모두 이 실험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현지 언론은 “개별 학교가 학교 밖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실행한 것은 있었지만 이렇게 한 마을 전체가 공동 행동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번 실험은 마을 웰빙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해도 일상생활에서 친구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부모들이 결국 스마트폰을 사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레이첼 하퍼 성패트릭국립학교 교장은 “유년 시절이 갈수록 짧아지고 많은 아이가 감정적으로 스마트 기기를 작동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느껴진다”면서 스마트폰 사용 시작 연령이 9세까지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스마트폰이 없는 5~6학년 자녀가 있는 부모가 마음의 짐을 느끼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며 “많은 부모가 이에 동참할수록 이 지역 아이들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학교의 방침이 ‘반(反) 스마트폰’이나 반기술이 아니며 중학생이 되기 전인 초등학교 6학년 시점에 전문가와 대화를 나누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스마트폰이 없어도 아이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지역 학부모들의 견해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로라 본 씨는 “만약 모두가 여기에 동참한다면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을 것이고, 자녀에게도 ‘안된다’라고 말하기 훨씬 쉬워질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더 오랫동안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도넬리 아일랜드 보건부 장관은 현지 매체 기고문을 통해 그레이스톤즈에서 진행 중인 이러한 정책을 전국에서도 도입해야 한다면서 “아일랜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디지털 세계와의 상호 작용 중 타깃이 되거나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의 이번 조치는 유럽은 물론 미국 등에서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이른 나이부터 접하고, 청소년이 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경고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 나왔다. 특히 틱톡,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이들의 정신 건강에도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은 지난달 말 “SNS가 어린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해친다는 광범위한 지표가 존재한다”며 “전국적으로 젊은 층의 정신건강 위기 상황이 나타나고 있으며 SNS를 주요 유발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SNS 사용이 신체상 문제를 유발하고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섭식행동과 수면의 질에 영향을 주고 사회적 비교와 자존감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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