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토끼 등을 흉기를 이용해 잔인하게 죽인 다음 사진과 동영상을 오픈채팅방에 올린 20대에 대해 재판부가 정신 감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나경선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9)에 대해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성범죄자의 경우 심리학적 평가 도구가 개발돼 있는데, 이런 범죄는 아직 그런 게 없지 않느냐”면서 “심리검사 등을 이용해 재범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등 기본 양형 자료에 더해 전문가 의견을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A씨 역시 심리학적 검사에 동의함에 따라 8월 25일 열리는 다음 공판에서는 A씨의 정신적인 부분 등을 고려한 양형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A씨는 2020년 1월 충북 영동군에서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고, 쓰러진 채 자신을 쳐다보는 고양이의 모습을 촬영한 뒤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또 같은 해 충남 태안군 자신의 집 인근 마당에서 고양이를 감금·학대하고 그해 9월께는 흉기로 토끼를 죽이기도 했다.
이후 A씨는 2020년 9~12월 네 차례에 걸쳐 자신의 동물 학대 장면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일명 ‘고어전문방’으로 불리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렸다. 1심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수렵 허가를 소지하고 있어 야생동물을 죽인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채팅방에 ‘활은 쏘면 표적 꽂히는 소리도 나고…뛰어다니는데 쫓아가는 재미도 있다’는 메시지를 올리고, 겁에 질린 고양이를 보며 고함을 치거나 웃는 등 행동을 한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그런데도 “A씨가 범행 이후 동물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데다 초범인 만큼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동물권 단체 활동가 “실형 선고해 달라” 호소
한편 항소심 재판에서는 A씨를 고발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가 증인으로 나서 양형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 나온 윤성모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이 사건 이후로도 온라인 고어방에서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가 이어지고 있고, 미성년자들이 대부분이어서 모방범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동물 보호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는 이유로 감형됐는데, 그가 동물 보호단체에서 봉사하겠다는 것은 아동학대를 저지른 자가 아동복지시설에서 일하겠다는 것과 같은 논리”라면서 “동물을 향한 폭력성에서 나아가 사람에 대한 해악과 위험성까지 엄중하게 고려해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가 활동했던 고어전문방은 야생동물 포획·학대 방법과 그 영상과 사진 등을 공유해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당시 이 방에는 약 80여명이 참여했으며 채팅 참가자들은 미성년자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부 채팅 내용이 SNS 등에서 퍼져나가면서 이 채팅방은 ‘동물판 n번방’으로 불리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2021년 1월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 등 동물권 보호단체는 이 채팅방 이용자 등을 경찰에 고발했으며, A씨와 함께 기소된 채팅방 방장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300만원 벌금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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