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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5800명 수용 가능 대피소’ 안내 받고 간 지하엔 차들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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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민방위 대피소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A빌딩을 찾았다. 이 건물 지하 2층과 3층은 유사시 58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안내돼 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어 두 층 모두 차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주차장 한편에는 청소 도구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사진=최지은 기자
1일 민방위 대피소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A빌딩을 찾았다. 이 건물 지하 2층과 3층은 유사시 58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안내돼 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어 두 층 모두 차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주차장 한편에는 청소 도구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사진=최지은 기자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A빌딩. 국가재난안전포털에는 공공기관 청사로 사용하는 이 빌딩 지하 2층과 3층은 유사시 58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로 안내되고 있다. 하지만 1일 머니투데이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해당 공간에는 주차된 차들로 꽉 차 있고 한 편에는 청소 도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5800여명은커녕 1000명도 들어가기 쉽지 않아 보였다.

민방위 대피소로 지정돼 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언론사 사옥 B빌딩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 지하 2~4층은 유사시 5000여명을 수용하도록 돼 있다.그러나 건물 내·외부 어디에도 민방위 대피소라는 안내는 없었고, 역시 지하 공간은 자동차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전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를 두고 서울시가 위급 재난 문자로 경계경보를 발령한 일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실제 상황이었더라도 대다수 시민들은 제 때 대피소를 찾아 대피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적기 공습 등 민방위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민방위 대피소를 찾아 대피해야 한다. 외부의 공격으로 건물이나 시설이 무너져 그 잔해로 다칠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지진이나 해일 같은 자연재해나 화재, 폭발 등 사회재난 발생 시 대피 방법과도 다르다.

민방위 대피소는 국가재난안전포털이나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시·군·구와 읍·면·동 단위로 검색해 찾을 수 있다. 소방방재청의 ‘민방위 시설 장비 관리지침’에 따라 공공시설에 대한 민방위 대피시설은 △화생방 방호시설을 완비한 지하 시설(1등급) △고층 건물의 지하 2층 이하, 지하철, 터널(2등급) △지하상가 등 양호한 건축물의 지하층, 지하 차·보도, 다층물 지하층(3등급) △단독주택 등 소규모 건물 지하층(4등급) 등 총 4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확인할 결과 대피소로 지정된 공간 가운데 비상시 제대로 기능을 수행할지 의문을 가질만한 곳이 상당수였다. A빌딩 1층에 있는 카페에서 8개월째 일하고 있는 공세현씨는 “지금 일하는 건물이 유사시 민방위 대피소로 활용되는 걸 알고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몰랐다. 일하면서도 건물에서 따로 안내를 들은 적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B빌딩에서 일하는 백모씨는 “이곳이 민방위 대피소라는 건 처음 듣는 사실”이라며 “5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날 경계경보 해프닝을 겪은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민방위 교육과 훈련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지난달 16일 전국 단위 민방위 훈련이 실시됐지만 국민 불편과 혼란을 줄인다는 이유로 공공기관과 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또 민방위 교육은 민방위기본법에 따라 민방위 대원인 만 20세 이상 만 40세 이하 남성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유미영씨(54)는 “새벽에 경계경보가 울리니 당장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더라.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집 주변 민방위 대피소를 알아보고 직접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에 살고 있는 유모씨(29)도 “지하로 대피해야 한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았지만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며 “오발령 문자가 오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생존 가방을 꾸려서 밖으로 나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비상식량과 상비 용품 등을 얼마나 챙겨야 할지 막막함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기를 통해 민방위 교육과 훈련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위기관리학회 부회장인 문현철 호남대 교수는 “민방위 경보가 울린 것은 1980년대 이후 처음이다 보니 대응 시스템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한계는 있다”면서도 “읍·면·동 단위로 지정된 대피 장소와 대피 장소까지 거리 등을 확인하는 것은 훈련을 통해 가능한데 이게 전혀 안 돼 있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문 교수는 “대만·이스라엘 등 우리나라처럼 전쟁의 위험이 있는 나라들은 단순한 포격뿐 아니라 핵폭탄이 터졌을 때 방사능 누출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까지도 민방위 훈련과 교육이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민방위 교육을 일반 시민들에게 확대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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