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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동결된 담뱃값…전문가 “흡연율 낮추려면 더 올려야”

아시아경제 조회수  

8년째 4500원으로 고정된 담뱃값이 인상돼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지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1일부터 사실상의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맞이한 만큼 흡연율이 전반적으로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보건복지부 소관인 금연 정책엔 담뱃갑 경고그림·문구 표시, 흡연 예방 교육 등 다양하지만 그중 담뱃값 인상만큼 금연을 확산할 효과적인 방안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궐련 기준)은 19.3%로 전년 대비 0.2%P 올랐다. 성인 흡연율은 코로나 2년차였던 2021년 ‘집콕 효과’에 따라 19.1%로 1998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를 보이기도 했지만 일상회복으로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특히 남성 흡연율은 19.6%에서 19.3%로 줄었지만, 여성 흡연율은 2.7%에서 3.4%로 올랐다. 액상형과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전년 대비 각각 0.3%P, 0.7%P 오른 2.3%, 4.3%로 나타났다.

궐련 100% 시대에서 다양한 담배제품 시대로 바뀌면서 실질 흡연율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신종 담배라 불렸던 전자담배는 이제 기성담배가 됐고 녹는 담배, 전자식 파이프 담배, 전자식 물담배, 니코틴 파우치, 이쑤시개 담배까지 등장했다”고 했다.

반면 금연 사업 예산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은 담뱃값이 인상됐던 2015년 147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165억원까지 규모가 줄었다.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는 “담뱃값 인상은 금연 관련 세수 확대를 부르고 담배 구매율을 낮춰 금연을 확산시킨다”며 “금연 정책 중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담뱃값은 2015년 2000원(2500원→4500원) 인상된 뒤 8년간 동결돼왔다. 조 교수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1인당 실질국민소득은 10.1% 증가한 만큼 담배 실질 가격은 내려간 것”이라며 “복지부가 담뱃값 인상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담배 규제를 할 의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우리나라 담배 가격은 2020년 기준 뒤에서 4번째로 저렴하다. 가장 비싼 호주(2만5000원)는 우리나라 가격의 5배가 넘는다. 대체로 담배 가격이 비싼 나라일수록 그 나라의 흡연율도 낮다. 복지부는 2021년 10년 이내 담뱃값을 OECD 평균인 8100원 수준으로 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가 논란이 확산하자 “추진 계획이 없다”고 선회한 바 있다. 복지부는 담뱃값 인상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민감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당장엔 담배의 법적 정의를 넓히는 게 가장 시급하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담배란 연초의 잎을 원료로 만든 제품이다. 이 때문에 담배의 법적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 일부 전자담배와 합성 니코틴을 이용한 신종 담배는 각종 규제책에 비껴나 있다. 한 전문가는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서는 니코틴을 포함한 모든 담배는 해롭다고 말하는데도 우리나라는 규제에 소극적”이라며 “금연정책 결정 과정에서 담배업계는 전혀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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