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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안 받은 전화 ‘벨소리’, ‘부재중전화 문자’도 스토킹”…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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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아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의 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한 것이나 ‘부재중 전화’ 문자메시지가 남게 한 것 자체를 스토킹행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사례에서 “전화기 벨소리는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이 아니다”라고 판시한 적이 있는데,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을 ‘통하여’와 스토킹처벌법상 전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하여’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 A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10월 초순경 1998년부터 연인으로 지내던 피해자 B씨(45·여)가 ‘사업자금 1000만원을 빌려 달라’는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고 자신의 연락처를 수신 차단하자 수 차례에 걸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협박성 글이나 피해자 가족의 사진을 보내거나, 자기 또는 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B씨에게 전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4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내렸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의 공소사실 중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로부터 자신의 번호를 차단 당한 A씨가 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1회 전화했지만 통화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범죄사실 ▲휴대전화 발신자를 알 수 없게 한 뒤 B씨에게 전화했지만 B씨가 전화를 받지 않은 범죄사실 ▲자신의 휴대전화로 B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B씨가 받지 않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범죄사실 등의 경우 ‘스토킹행위’로 보기 어려워 스토킹처벌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첫 번째 경우에 대해 “그 통화 내용이 밝혀지지 않는 한 피고인이 피해자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차단한 사실을 알고 타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1회 전화 통화를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말’을 도달하게 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경우와 관련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피해자가 이를 받지 않았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피해자에게 ‘음향’을 보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상대방의 전화에 ‘부재중 전화’가 표시되게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화기 자체의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하고 ‘글’이나 ‘부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위 각 행위는 스토킹처벌법 제2조 1호 다목에서 정한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정의) 1호 다목은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행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형을 1심보다 감형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하면서도 A씨와 B씨가 20년 이상 연인관계로 지내던 중 경제적 문제 등으로 B씨가 A씨와의 관계를 끊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A씨에게 동종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2심이 무죄로 판단한 위 3경우가 모두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스토킹처벌법의 문언, 입법목적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 전화통화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전화를 수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스토킹행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우연한 사정에 의해 처벌 여부가 좌우되도록 하고, 처벌 범위도 지나치게 축소시켜 부당하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쟁점 조항과 구 정보통신망법 제65조 1항 3호는 구성요건을 달리하므로, 구(개정 전) 정보통신망법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쟁점 조항의 해석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2005년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문제된 사건에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 때 상대방 전화기에서 울리는 ‘전화기의 벨소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이 아니고, 반복된 전화기의 벨소리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더라도 위 조항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 정보통신망법 제65조 1항 3호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피해자에게 송신되는 음향 자체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일 것을 요구했으나, 쟁점 조항 스토킹행위는 ‘전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하여’ 말, 음향, 글 등을 도달하게 하면 족하고 전달되는 음향이나 글 등이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내용일 것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두 경우를 다르게 봐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보의 전파를 발신했고, 그 같은 정보의 전파가 기지국, 교환기 등을 거쳐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수신된 후에 벨소리나 발신번호 표시, 혹은 부재중 전화 문자로 변형돼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나타났다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도달하게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오히려 스토킹행위가 반복돼 불안감 또는 공포심이 증폭된 피해자일수록 전화를 수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가해자 입장에서는 전화 통화가 연결되지 않더라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벨소리나 진동음이 울리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가 표시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그 같은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의사도 있었다고 볼 수 있어 스토킹범죄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발신자 정보 없음 표시 또는 부재중 전화 표시가 남겨지도록 한 행위는 스토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라며 “따라서 원심은 피고인의 위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뤄져 스토킹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이에 대해 심리하지 않은 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전화통화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다거나, 피해자 휴대전화의 벨소리 및 부재중 전화 표시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피해자에게 도달한 것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라며 “원심판결에는 스토킹처벌법 제2조 1호 다목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 전화통화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처벌법이 정한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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