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복궁역 내 메트로미술관. 다양한 개들의 초상 사진들이 전시돼 서울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진 속 개들은 하나같이 두 눈으로 관객들을 응시하고 입꼬리는 좌우로 올라가 있다. 목에는 스카프, 보석 등 다양한 액세서리가 착용돼 개들의 표정을 더 밝게 했다.
사진만 봐선 믿기 힘들지만, 이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 소재한 개 농장에 갇혀 있었던 식용견들이다. 사진작가 소피 가먼드가 개 농장에서 구출된 식용견들을 멋지게 꾸며서 사진을 찍었다. 본지와 만난 가먼드는 “아이들의 본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아이들은 리트리버, 몰티즈 등 품종이 다양하다. 사진을 다양하게 찍어 크기, 품종에 상관없이 여러 개가 무분별하게 농장에서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가먼드는 개를 주인공으로 한 사진 작품을 많이 남긴 프랑스 출신의 유명 사진작가다. 그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했다. 2014년에는 강아지가 샤워하는 모습을 촬영한 ‘�� 도그(Wet Dog)’ 시리즈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 작품으로 그 해 ‘소니 세계 사진 어워드’에서 상도 받았다. 일반인들이 무서워하는 견종인 핏불에게 화관을 씌워 찍은 ‘화려한 핏불’ 등도 가먼드의 대표작이다.
그는 2010년 개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가먼드는 “2010년께 미국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할 때쯤 동물병원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수의사가 무서워서 벽에 숨어 있는 개들을 보고 많은 감정을 느꼈다. ‘내가 지금 이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가먼드는 “사람과 개는 수만 년간 관계를 맺어 왔다. 그러다 최근 학대가 이뤄지고 고통을 받아서 그 관계가 틀어지고 있다. 이를 내가 채유하는 데 큰 흥미를 느껴 사진을 찍고 있다”며 “내겐 매우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가먼드는 우리 개 식용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이번 전시도 같은 일환이다. 2019년에는 우리나라를 방문해 개 농장들을 이틀간 둘러봤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우리나라 개 농장에서 구출된 개들의 초상 사진을 찍어 전시회도 했다. 가먼드는 “한국의 개 농장을 방문해 현장에서 냄새도 맡아보고 온도도 느껴봤다. 특히 아이들의 표정이 짙고 어두웠지만, 농장주들은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며 “개들은 농장 안에서도 계속 감정을 표출한다. 그들에게 철창은 지옥이나 다름없는 환경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 개 식용 문화에 대해선 “이해한다”고 했다. “프랑스에도 달팽이 요리가 있는 것처럼 한국의 식사 문화 역시 존중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문화는) 동물 친화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등장한 세대들이 이를 잘 따라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먼드는 지난달 “이번 정부 임기 내 개 식용을 종식하겠다”고 말한 김건희 여사의 발언에 대해서도 큰 의의를 뒀다. 그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김 여사가) 자신이 열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목소리를 낸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나만의 전시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먼드는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내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아이들에게 올바른 운명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며 “그것을 통해서 나 스스로가 변하고 이어 사회가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절대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한편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과 함께하는 가먼드의 전시는 다음달 1일까지 경복궁역 메트로미술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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