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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코로나 최전선의 3년…”엔데믹은 함께 거둔 승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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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중환자실·선별검사소서 근무한 간호사 주성현씨 인터뷰

“아직 방호복 벗는 것 어색…다음엔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준비”

임시선별검사소 근무 당시(왼쪽), 레벨C 방호복을 착용한(오른쪽) 주성현씨
임시선별검사소 근무 당시(왼쪽), 레벨C 방호복을 착용한(오른쪽) 주성현씨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코로나에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싸우고 싶었고, 마지막 근무 때는 ‘다 같이 거둔 승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코로나19 사태 3년여 동안 최전선에서 사투를 겪은 간호사 주성현(30)씨에게는 ‘사실상의 엔데믹’을 맞는 오는 6월 1일이 더욱 특별하다.

지난 2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주씨는 방호복을 입지 않아도 되는 하루가 아직 어색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부터 지난 2월까지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중환자실, 서울시 찾아가는 선별진료소, 재택치료팀,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했다.

“중환자실에 중년 여성 환자가 입원하신 적이 있었어요. 어린 자녀가 있어서 본인도, 가족도 간절하셨죠.”

주씨는 신장 등이 원래 좋지 않았던 환자가 기적적으로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족사진을 침대에 붙였다. “신기하게도 의식이 없으셨던 분이 회복해서 사진을 보게 됐고, 나중에는 아들 자랑까지 하시더군요. 상태가 좋아져서 퇴원하실 때 느꼈던 보람이랄까. 그런 게 치열한 중환자실에서 일할 힘이 됐어요.”

주씨가 중환자실에서 입었던 ‘레벨C’ 방호복에는 공기 중 감염을 막기 위한 산소 정화 호흡기가 연결돼 있고, 고글과 마스크 대신 헬멧이 포함된다. 혼자서는 착용도 불가능한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으면 귀도 안 들리고 온몸에 땀이 찬다.

“그래도 2시간에 한 번씩 욕창 방지를 위해 자세를 바꿔주는 등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살피다 보면 답답하단 생각도 안 들어요”라며 주씨는 웃었다.

안타까운 기억도 있다. 성동구·동대문구 보건소에서 재택치료 간호사로 일할 땐 오미크론이 확산하며 환자가 폭증했다. “환자가 열이 40도라는데 서울시내 모든 응급실이 최소 4시간 대기여서 진료 연결을 못해드리고…. 이런 전화가 하루 수백 통씩 쏟아지는데, 압박감이 엄청났어요.”

거동이 힘든 환자를 자택까지 직접 찾아가서 살필 땐 주민들이 불안해할까 봐 비상계단에 숨어서 ‘몰래’ 방호복을 갈아입고 계단을 소독하기도 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환자들이 사정을 모르고 ‘왜 해주는 게 없느냐’고 불평할 땐 힘이 빠지기도 했다.

‘곧 끝나겠지’ 싶던 코로나19 사태는 계속해서 길어졌다. 그래도 주씨는 끝까지 현장에 남겠다는 결심을 꺾지 않았다.

임시선별검사소 마지막 근무 날 동료들과 여행 계획 얘기를 하며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걸 실감한 그는 “코로나를 이겨내고 우리나라 방역이 한 단계 발전한 게 ‘국민 모두가 거둔 승리’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찾아가는 진료소·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한 간호사 주성현(30)씨
국립중앙의료원·찾아가는 진료소·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한 간호사 주성현(30)씨

[재판매 및 DB 금지]

주씨에게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개선사항을 물어봤다. 그는 재택치료 간호사 근무 당시 병원별 실시간 병상 현황을 확인할 수 없어 환자 안내와 연결이 지연됐던 점을 떠올렸다.

“응급실 번호를 손수 찾아 리스트 첫 번째부터 무작정 전화를 돌렸어요. 응급실에서 병원 내부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전화를 주고, 이렇게 이어지는 과정이 무척 깁니다. 긴박한 상황에서는 비효율적이죠.”

주씨는 병상 현황이나 진료 대기 시간을 실시간으로 한눈에 확인하고, 환자를 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소아 환자·기저질환자 등 특수환자들을 위한 진료 체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아과전문의가 부족해 아동 환자들이 밤새 진료를 못 받거나, 소독된 투석기가 부족해 투석환자들이 위독했던 때는 ‘손이 떨리고 아찔했던’ 순간이다.

그는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다들 처음 겪는 케이스라 우왕좌왕했지만, 다음에는 잘 대처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씨는 지난 2월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임시선별진료소가 폐쇄된 이후 코로나 일선에서 물러나 쉬고 있다. 6월 1일부터는 코로나19 위기단계가 하향되면서 7일 격리의무가 사라지게 되고, 임시선별진료소도 운영을 중단한다.

“이제 뭘 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주씨는 “코로나 때 느꼈던 대도시에서의 단절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을 제작 중”이라고 답했다.

새로운 일상이 아직 신기하다는 그는 “바이러스에는 안녕을 고하고, 모두가 새로운 시작에 기쁨과 건강이 가득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fat@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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