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2022.6.21/뉴스1 |
“현재 아버지보다 나은 아들들을 꼽으라면 현대차 그룹의 정의선 회장과 한화 그룹의 김동관 부회장이라는 얘기가 투자업계에선 많다.”
최근 싱가포르에 있는 외국계 투자회사의 한 임원과 대화 중 나온 얘기다. 그는 ‘청출어람(靑出於藍: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기업인으로 이 둘을 꼽는다고 했다.
경영의 스승인 아버지로부터 제대로 배워 그를 넘어설 수 있는 재목이라는 얘기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최근 성과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코로나19의 팬데믹의 어려움 속에서도 글로벌 넘버 5였던 현대기아차 그룹을 톱 3로 끌어 올렸고, 김동관 부회장은 한국 재계 서열 10위권이었던 한화 (31,050원 ▼100 -0.32%)그룹을 7위까지 올려놨다는 평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13년의 나이 차가 있긴 하지만 몸담고 있는 기업이 모두 ‘열역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 내연기관과 화약에서 출발했다는 유사성과 함께 아직 부친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또 본업의 성장성을 넘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로보틱스와 태양광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물론 더 넓은 세계를 향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특히 두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 우주분야는 그룹의 명운을 바꿀 만한 핫한 아이템이다. 사업의 성패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는 분야다.
“우주와 같은 엄청난 주제를 다루기에 한 사람의 일생은 너무 짧고 부족하다.”
미국의 세계적 천문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칼 세이건이 자신의 저서 ‘코스모스(COSMOS)’의 서문에 남긴 말이다.
정 회장과 김 부회장은 그 엄청난 주제를 이제 막 손에 받아들었다. 과거 CES 때 만난 정 회장이나 한화 본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깐 만난 김 부회장은 이 큰 주제를 손에 받아 차분하게 추진할 성격처럼 보였다. .
지난 24일 발사가 하루 연기됐지만 25일은 우리 손으로 만든 발사체로 우리의 실용위성을 처음 쏘아올리는 역사적인 날이다. 지구라는 껍질을 깨고 코스모스(우주)의 큰 바다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날이기도 하다. 혹여 이날 발사가 되지 않더라도 머지 않은 날 도전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김동관 한화 그룹 부회장/사진제공=현대차 그룹, 한화 그룹 |
한화는 역사적인 출발점에서 위성발사체의 첫 체계종합회사로서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문을 여는 기업이 될 것이고, 그 선봉에 김 부회장이 서 있다.
현대차 (205,000원 ▼2,500 -1.20%) 그룹은 2027년 성공적인 달 표면 탐사를 위한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자사의 로보틱스 기술을 적용한 달 탐사 전용차량(로버)을 운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개발모델 제작에 착수했다. 정 회장은 극한의 환경에서의 모빌리티의 완성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지구에 갇혔던 인류가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것이 이 우주산업이다. 우주라는 거대한 바다 속에서 우리 지구는 한점의 먼지 같은 섬이다. 먼 훗날 이 섬의 자원이 모두 고갈되고 태양이 우리를 삼킬 때 우리의 후손들은 다른 섬으로 옮겨야 한다. 그 먼 미래를 위한 첫 주춧돌을 쌓는 것이 지금 우리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이제 우주라는 거대한 바다에 겨우 발가락을 담근 수준”이라고 우주에 대한 우리의 접근을 비유했다.
우주는 조용한 것 같지만 끊임 없이 움직이고 있다. 우리 지구는 시간당 1600km(초속 444m)로 자전하고, 그 지구는 우리 태양의 주위를 시속 11만 km(초속 3km)로 공전한다. 이런 우리 태양계는 시속 72만km(초속 200km)로 우리 은하 주위를 또 공전한다. 우리는 멈춰 있는 것 같지만 우리 모두는 1초에 200km씩 우주를 헤엄치고 있다.
이 유영이 멈추는 날 우리도 멈추게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 우리는 계속 움직여야 하고, 우리 기업들도 끝임 없이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이 더 넓은 우주를 향해 헤엄치는 날이 빨리 다가오길 바라며 건투를 빈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사진=홍봉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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