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예하 주일 미 해병대 비행기지 본부 및 본부 비행대 마크. |
주일미군 마크.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31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을 역대 국방장관 가운데 최초로 사열하면서 ‘굴욕 외교’ 논란을 종식시킬지 주목된다. 이 장관이 사열할 일본 군함은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를 게양할 예정이며 이 장관이 탑승할 군함에 일본 측이 경례를 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일본 국제관함식 때 벌어진 우리 해군의 일본 욱일기 게양 함정에 대한 경례 구도가 뒤집어지는 것이다.
욱일기 형상 또는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방사형 선이 들어간 깃발은 일본 자위대 뿐 아니라 주일미군도 사용해 왔다. 지난해 욱일기와 관련해 야권이 제기한 친일·굴욕 외교 비판이 과도한 문제제기였는지, 아니면 일본 우경화와 맞물려 계속 공론화가 필요한 영역인지 논란이 예상되는 이유다.
PSI 훈련 때 日 하마기리 호위함, 韓 마라도함에 대함 경례
(서울=뉴스1) = ‘말레이시아 국제 해양·항공 전시회’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23일 ‘LIMA(The Langkawi International Maritime and Aerospace Exhibition) 국제에어쇼’ 개막식에서 우정 비행을 실시한 말레이시아 공군 조종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3.5.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 군 주관으로 벌이는 한국,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캐나다 등이 참가하는 확산방지구상(PSI) 해상차단훈련 일환으로 각국 군함들이 이 장관이 탑승할 마라도함에 경례할 때 일본 홋카이도 오미나토 지방대에 배속된 하마기리 호위함도 마라도함에 경례한다. 일본 함정은 그동안 국제관함식 등을 계기로 한국 대통령에게 대함 경례를 한 적은 있지만 국방부 장관에게 한 적은 없다.
야권과 시민단체 등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서 우리 군수지원함 소양함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탑승한 경함모 이즈모를 향해 대함 경례할 때 ‘굴욕 외교’라는 비판을 가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2년 11월6일 열린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에서 탑승한 이즈모함에 게양된 자위함기. /사진=일본 해상자위대 영상 캡처 |
하지만 이번에는 이 장관이 탑승한 해군 함정이 일본 측의 경례를 받는다. 경례 차원에서는 구도가 뒤집혀 일본 해상자위대 측이 우리 해군 함정에 먼저 예를 표하는 것이다.
굴욕 외교 논란의 발단은 우리 측이 경례를 하는 주체였던 데다 일본 해상자위함이 게양하는 군기인 자위함기가 군국주의 상징 논란이 존재하는 욱일기였다는 점에 있었다.
“더 이상의 욱일기는 없다” 日 자위함기 탄생 배경
자료=일본 외무성 |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욱일기란 태양과 태양광을 의장화한 깃발을 말한다. 구 일본제국 시절 일본제국 육군과 일본제국 해군이 각각 군기로 사용한 깃발도 욱일기의 일종이다. 이 가운데 일본제국 육군기는 태양이 정중앙에 위치하고 해군기는 정중앙에서 왼쪽으로 치우친 디자인이었는데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각각 육상자위대기, 자위함기로 부활했다.
1954년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직전 구 일본 해군이 주축이 된 해자대 창설 멤버들은 자위함기를 정할 때 해군기 부활을 주장했다. 자위함기 도안을 의뢰받은 화가 요나이 스이호도 구 해군기를 자위함기 도안으로 그대로 제출하면서 자위함기로 해군기가 도입됐다.
자위함기(해군기)는 가로 3 대 세로2의 비율이며 깃발을 가로로 6분할 했을 때 왼쪽으로 두 번째 지점에 일장의 중심이 위치한 깃발이다.당시 요나이는 “황금분할에 따른 형상, 히노우(日章·일장)의 크기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본 결과 더이상의 도안은 엄두도 못 낸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하마기리함. /사진=일본 해상자위대 |
부대 마크가 욱일기인 주일미군
우리 해군이 참가한 2015년 10월 일본 해상 자위대 관함식 영상. /사진=일본 방위성 해상자위대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
문재인 정부 때 열린 제주 국제관함식을 앞두고 우리 해군인 일본 해상자위대의 욱일기 게양을 타깃삼아 관함식 참가국 함정에 군기 대신 자국 국기와 태극기의 동시 게양을 제안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본 측 반발이 컸고 해군 국제관례에도 맞지 않아 우리 측 요구는 철회됐다.
보수층에선 ‘욱일기 혐오’로 대표되는 반일 정서가 민주당 정권의 지지층 결집용 전략이라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김대중 정권 때인 1998년 부산항에서 열린 관함식에서 일본 측이 욱일기를 게양했을 때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거나 김대중 정권에 ‘친일 정권’이라는 비판이 따라붙지 않았다.
일본 해자대의 중국 입항시 자위함기 게양이 문제가 된 적도 없었다. 심지어 주일미군은 부대 마크에 욱일기를 채택하거나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방사형 선을 사용하는 경우도 눈에 뛴다.
다만 ‘욱일기 혐오’ 정서가 국내 야권이나 시민단체에만 국한해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서 일본 측 팬이 욱일기를 펼쳤지만, 대회 관계자들에 의해 곧바로 제지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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