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틀면 나오는 마약사범…마약은 잘 나가는 사람들의 일탈?

영화 베테랑 스틸컷./사진=쇼박스 제공

“유아인은 코카인 한 거잖아요. 틱톡에서 봤어요.”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처벌을 받고 다시 연예계로 복귀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류 투약이 자칫 ‘별 문제가 없는 일’이나 ‘멋진 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0년대 이후 연예인들의 마약류 투약 보도가 잦아졌다. 유명인들이 투약한 마약류의 종류도 대마나 필로폰에서 엑스터시, 프로포폴, 졸피뎀, 펜타민 등으로 다양해졌다.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의 경우 2012년 상습·불법 연예계 투약자들이 대거 검거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국적의 방송인 에이미와 박시연 등이 재판에 넘겨져 처벌받았다. 배우 하정우(43·김성훈) 역시 2019년부터 19차례 프로포폴을 투약해 재판에서 벌금 3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는 2019년 4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박씨는 마약 투약 등으로 물의를 빚자 연예계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곧 은퇴 의사를 번복하고 2020년 1월부터 국내외에서 팬미팅을 진행하는 등 연예계 복귀행보를 이어가 논란이 됐다.

마약류 사범의 경우 단순 투약이고 초범이면서 범죄를 인정하고 재범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일 때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는 경우가 많다. 범죄 특성상 본인도 중독 피해자인 점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마약사범 4747명 중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은 2089명으로 전체의 44.1%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처럼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은 연예인들이 다시 연예계로 복귀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사가 되는 연예인의 특성상 수사와 재판 과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이 같은 과정을 접한 청소년들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사진=뉴스1

한 지방경찰청 마약범죄수사관은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초등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이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검거된 유명인에 대해 단편적 정보들을 쉽게 접근한다”며 “초등학생도 코카인, 졸피뎀 등 부모나 학교 선생님들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마약류로 검거된 후 재판이 끝나고 곧 아무렇지도 않게 왕성한 연예계 활동을 재개한다면 마약 범죄가 마치 ‘별을 단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온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청소년 마약사범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유명인의 마약투약 소식이 들리면 아이들의 마약에 대한 마음의 경계심이 많이 풀어진다”며 “청소년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인들이 하는 걸 그대로 따라 하려는 모방심리가 강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