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서울의 한 여대 화장실에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글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돼 논란이다. 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지속해서 발생하며 대학 당국에서는 캠퍼스 내 남성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24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1일 새벽 트위터에 “서울의 한 여대 화장실에서 살인하겠다”는 글을 게재한 20대 남성 A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낮 12시 사람을 죽이겠다는 예고를 올렸다. A씨는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용산경찰서 소속 남성 경찰관 3명은 화장실 근처에 있던 학생들에게 “여자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달라”며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요청을 받고 화장실을 확인한 학생은 나중에서야 살인 예고 글 때문에 경찰이 수색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경찰이) 살인협박 때문에 시킨 줄 몰랐다. 진짜였으면 큰일날 뻔했던 것 아니냐”며 “경찰은 같이 들어오지도 않고 안 보이는 곳에 서 있었다”고 비판했다.
여대 캠퍼스 안에서의 범죄는 꾸준히 발생해 왔다. 숙명여대에서는 2019년 긴 머리 가발을 쓰고 분홍색 후드티셔츠와 미니스커트 차림을 한 여장 남자가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지구대로 연행됐다. 동덕여대에서는 2018년 대학원 건물에서 알몸 상태로 음란행위를 하고 이를 SNS에 찍어 올린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또 2017년 서울여대에서는 강의 중인 강의실에 마스크를 쓴 남성이 몰래 네발로 기어들어 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남성을 발생한 학생들이 수업 조교에게 신고했고, 조교가 다가가 신원을 확인하려 했으나 남성은 도망쳤다. 이 남성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자전거를 탄 채 호루라기를 불며 캠퍼스를 활보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열린 긴급 공청회에서 학생들이 박종화 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들이 임선양 학생처장에게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학내에서 발생한 ‘알몸촬영남’ 사건에 대해 학교 측의 대응이 미진하다며 재발 방지 대책과 학내 보안 강화를 촉구했다. 2018.10.16/뉴스1 |
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이어지자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남성 외부인 출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여대 재학생 C씨(23)는 “남성 외부인 때문에 생기는 범죄가 많은 만큼 친구일 경우라도 데려오는 것을 지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2년 만에 외부인에게 캠퍼스를 개방하기로 했다가 학생들이 “외부인의 캠퍼스 출입으로 발생하는 문제와 예측 가능한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학생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반대해 계획을 접었다.
이화여대의 경우 캠퍼스 내에 남성들이 출입할 수 있지만 상업 지구를 제외한 건물의 출입은 금지하고 있다. 건물 내부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학생증을 찍어야 한다. 성신여대는 캠퍼스로 들어올 수 있는 입구마다 경비 인력을 배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확인하고 있다.
서울 소재 6개 여대에서는 매달이나 매 학기 정기적으로 교내 몰래카메라 단속도 실시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용산경찰서와 연계해 축제 시 경찰 부스를 마련하고 몰래카메라 탐지 키트를 나눠주는 등 학생 안전을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