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공동 참배의 의미와 관련해 한미 양국의 미래 평화·번영 협력 의지, 동북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등이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룸에서 브리핑을 열고 “두 정상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 피해자들에게도 위로의 뜻을 표시하는 한편 미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일 양국이 협력하자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동북아,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핵 위협에 두 정상, 두 나라가 공동으로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된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함께 참배했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1945년 8월6일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의 영혼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현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현 본부가 1970년 4월 히로시마 혼가와 아이오이 교 근처에 건립했고, 1999년 히로시마시가 평화기념공원 내 설치를 승인하면서 현 위치로 이전했다.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의 제안으로 성사된 공동 참배로, 우리 정상이 위령비를 찾은 것도, 한일 정상이 공동 참배를 한 것도 역대 최초다. 일본 총리 중에는 오부치 게이조(1937∼2000)가 1999년에 참배했다.
이 대변인은 위령비에 한글로 새겨진 명패 문구와 관련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히로시마에는 약 10만명의 한국인이 군인, 군속, 징용공, 동원 학도, 일반 시민으로 살고 있었다. 원폭투하로 약 2만명의 한국인이 순식간에 소중한 목숨을 빼앗겼다’고 적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배에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총리의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 등 한일 정상 부인들뿐만 아니라 피폭 1세대인 박남주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91)과 피폭 2세인 권준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부위원장(74) 등 한국인 원폭피해자 10명도 함께 했다.
위령비 참배 이후 열린 한일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게 추모의 뜻을 전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총리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도 한일 정상의 위령비 공동 참배에 대해 “양국 관계에 있어서,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후 다른 정상들과 합류해서 함께 평화기념자료관을 방문하고 위령비에 함께 기도를 올리셨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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