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일대 편의점 돌며 수십만원 갈취
판매업주만 처벌하는 청소년보호법 악용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입한 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점주와 직원으로부터 돈을 뜯어낸 미성년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5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편의점. 한 남성이 담배를 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남성들과 함께 다시 편의점에 들어왔다.
이 중 한 남성은 자신을 담배구매자의 사촌형이라고 밝히며 “왜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파느냐. 경찰에 신고하겠다. 신고당하지 않으려면 현금 40만원을 달라”고 편의점 직원을 협박했다.
직원이 요구에 응하지 않자 이들은 이 편의점을 실제로 경찰에 신고했고 “지금이라도 돈을 주면 신고를 취소하겠다”며 계속 압박했다. 결국 이들은 편의점 직원으로부터 현금 20만원을 받아낸 뒤 신고를 취하했다.
이렇게 돈을 가로챈 10대들은 이날 밤 또 다른 편의점에 들어가 같은 수법으로 편의점 직원을 협박, 현금 50만원을 뜯어냈다.
이들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7일 새벽에는 광주 북구의 편의점을 돌며 담배를 산 뒤 신고하지 않는 대가로 현금을 요구했고, 직원이 현금을 내놓지 않자 이 편의점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이틀간 편의점 6곳을 돌며 점주와 직원을 협박, 두 곳에서 총 70만원을 뜯어내고,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 혐의로 편의점 4곳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5명이 팀을 이뤄 광주 일대 편의점을 돌며 범행을 저질렀는데 이 중 두 명은 특수강도죄로 소년원 입소 예정이었다”면서 “이들에게 공동공갈(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한 업주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한 업체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담배를 구매한 미성년자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는 탓에 이번 사례처럼 이를 악용한 청소년들의 탈선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편의점주는 “기가 막히게 신분증을 위조해 오는 경우가 많아 미성년자를 걸러내기 쉽지 않다”면서 “담배를 사 간 청소년이나 이를 알게 된 부모들이 업주를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2019∼2020년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청소년이 위·변조한 신분증으로 담배를 구입한 경우 업주가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청소년의 일탈과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담배를 구매하는 청소년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지난 2020년 12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등이 담배 및 주류를 구매하는 청소년에게 사회봉사 및 특별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3년째 소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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