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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번 찔러 부부 죽이고 화재 낸 범인…알고보니 ‘금수저’ 큰아들[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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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한상이 부모를 죽이고 화재를 내 불에 탄 삼성동 주택의 모습.
/사진=박한상이 부모를 죽이고 화재를 내 불에 탄 삼성동 주택의 모습.

1994년 5월19일. 부유층이 모여 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주택에서 다급한 화재 신고가 들어왔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당시 대한한약협회 서울지부장인 박 모씨의 자택으로 신고를 한 사람은 박 씨의 아들 박한상(당시 23세)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박씨 부부가 처참하게 살해된 것을 발견했다. 아들 박씨는 “자다가 불이 난 것을 알고 급히 빠져나오느라 미처 부모님을 구출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이 같은 박 씨의 모습에 단순 화재사건으로 알았다. 하지만 이들 부부를 살해한 사람은 바로 박 씨 아들 박한상이었다. 이 존속살인사건은 당시 각 일간지 1면 머리기사에 실리며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부유한 환경서 자란 ‘금수저 아들’→’패륜아’로…대표적 존속살인사건

40번 찔러 부부 죽이고 화재 낸 범인…알고보니 '금수저' 큰아들[뉴스속오늘]

박한상은 아버지 박 모씨와 어머니 조 모씨 사이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박한상은 어렸을 때부터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대형 약재상 ‘덕양한약방’을 경영하던 부모 덕분에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강남의 명문고등학교인 현대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박한상은 공부에 관심이 없었고 성적도 저조했다. 경동시장의 한약방을 기업체로 키워낸 자수성가 약재상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인 박한상이 한의대에 진학해 가업을 이어받길 원했다.

하지만 박한상의 관심은 온통 자동차에 있었다. 박한상은 또 학창 시절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비행을 일삼고 싸움질과 폭력을 휘두르는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박한상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못마땅했다. 첫째라는 이유로 아버지는 박한상에게 각별히 신경쓰고 원하는 대로 다 해줬으나 박한상이 문제를 많이 일으키자 점점 강압적인 태도로 변해갔다.

그는 지방의 한 대학교 토목공학과에 90학번으로 입학했지만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때부터 유흥업소를 드나들었다. 1993년 방위병으로 제대한 후에도 박한상은 복학을 하지 않고 유흥가를 들락거렸고 아버지와의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그해 박한상을 미국 LA 근교의 한 컬리지에 유학을 보내게 된다. 일종의 도피성 유학이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별받고 자란 차남이 한의대에 입학하게 되면서 사고나 치고 다니는 장남 박한상은 돈만 써대는 골칫덩어가 됐다.

결국 돈을 도박에 탕진한 박한상은 1994년 1월 귀국한다. 박한상은 아버지에게 승용차를 사달라고 졸라 1만8000달러를 받고 다시 출국했지만 그 돈마저 도박판에서 모두 잃는다. 박한상은 그해 4월 다시 비밀리에 귀국해 은행에서 카드를 발급받고 이 카드로 사채업자에게 현금을 빌린 뒤 호텔 나이트클럽 등을 전전하며 방탕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사흘 만에 부모에게 발각돼 미국으로 쫓겨났다.

그 후로도 여전히 술, 마약, 도박에 빠져 살면서 3700만원의 빚만 지게 되고 결국 아버지의 반강제적인 부름을 받아 귀국하게 됐다.

더이상 참지 못한 아버지 박 씨는 “넌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놈”, “내 아들이 아니니 호적을 파가라”이라고 박한상에게 호통을 쳤다. 이때 박한상은 부모만 없으면 모든 재산이 자기 것이되고 죽을 때까지 자기가 원하는 재미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무서운 생각을 하게 된다.

머리에 묻은피, 죽음직전 물어뜯은 상처…’결정적 단서’

/사진=MBC뉴스 캡처.
/사진=MBC뉴스 캡처.

부모에게 앙심을 품은 박한상은 5월 13일 세운상가와 신사동의 한 주유소 등지를 돌며 등산용 칼, 휘발유 등 살인에 필요한 도구들을 구입한다. 미국에서 본 살인 영화들을 참고해 살인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것이다.

1994년 5월 19일. 박한상은 속옷까지 다 벗어버린 알몸에 양손에 칼을 하나씩 쥐고 부모를 40군데나 찔러서 살해했다. 옷을 벗은 것은 살해 후 샤워로 혈흔을 지워 버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칼에 찔려 죽는 순간에도 아버지는 아들의 발목을 온힘을 다해 물었다. 발목에 생긴 상처는 결국 박한상이 검거되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박한상은 살해 후 샤워를 마친 뒤 집에 불을 질러 증거를 인멸했다. 박한상의 친동생은 학업 관계로 타지 거주 중이었기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경찰은 처음에는 단순 화재 사고로 처리했으나 형식적으로 실시한 부검에서 화재 현장에서 잔해로 발견된 시신이 각각 40여 군데 난자된 상태임을 발견하고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결국 당시 여러 정황을 봐서 면식범의 소행으로 파악하던 경찰은 “박한상의 머리에 피가 묻었다”는 간호사의 증언과 박한상의 다리의 잇자국을 이야기한 친척의 제보로 수사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1심, 2심, 대법원서 ‘사형’ 판결…재산은 남동생에게로

/사진=MBC 뉴스캡처.
/사진=MBC 뉴스캡처.

저명한 인권변호사이자 바로 직전에 환경부장관을 지낸 황 모씨가 박한상의 변호를 자처했으나 박한상이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어 3개월 만에 그만두게 된다.

동정의 여지가 전혀 없는 패륜아에게 법원은 관대할 이유가 없었다. 1심, 2심 모두 사형 판결이 났으며 1995년 8월 25일 대법원은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한상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박한상은 사형수의 신분으로 현재도 수감 중이다. 대한민국이 실질적 사형 폐지국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박한상이 원하는 부모의 재산은 전부다 그의 남동생이 받게 됐다.

머니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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