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계 “이른 더위도 큰 부담…소상공인 구제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운영시간을 줄여야 할지 고민입니다. 더는 안 될 것 같아요.”
서울 용산구에서 24시간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성우(47)씨는 최근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 이후 생각이 많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운영시간이 길다 보니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크다. 체감상 20∼30% 정도 오른 느낌”이라고 했다.
24시간 영업을 많이 하는 헬스장·코인노래방·스터디카페 등 자영업자들은 전기요금 인상 이후 대부분 운영시간을 단축할지 고민에 빠졌다.
지난 16일부터 적용된 전기요금 인상안에 따라 kWh(킬로와트시)당 전기요금이 8원 올랐다. 올해 1월 kWh당 13.1원이 인상된 지 4개월 반만이다.
김씨는 “새벽에 오는 회원은 거의 없지만 24시간 운영해야 ‘아무 때나 갈 수 있다’는 느낌을 줘 회원 모집에 유리하다”며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시간 조율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종로·마포·은평구에서 코인노래방 4곳을 운영하는 경기석 코인노래연습장협회장은 “한여름에는 냉방 때문에 (전기요금이) 120∼130만원 정도 나왔는데 올해는 150만원이 넘을 것 같다. 이상기온으로 5월부터 기온이 30도가 넘어가는 것도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님이 비교적 적은 오전에 전체 매출의 5% 정도가 나온다. 그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손님 없는 시간에는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들은 물가 상승과 경기 악화, 소상공인 대출 상환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요금까지 올랐다고 푸념했다.
김씨는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데 건물주들은 최근 임대료를 다 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 협회장은 “(대출) 이자도 내고 원금까지 다달이 갚고 있는데 전기요금까지 오른다니 부담이 2∼3배”라고 토로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24시간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김태윤(54) 전국스터디카페독서실운영자협회장은 “1분기 인상 때도 체감상 전기요금이 60% 이상 올랐다. 이대로라면 이번 여름에는 200만원 가까이 나올 것 같다”며 “오전 3∼6시에는 조명을 꺼두는 식으로 전기요금을 아낄 계획”이라고 전했다.
영업시간을 줄이고 싶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 자영업자도 있다.
서울 종로구의 편의점 점주 A(53)씨는 “24시간 운영을 조건으로 본사와 계약해 마음대로 운영시간을 줄일 수가 없다. 계약 위반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소상공인을 위한 구제책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 협회장은 “회원 중에 에어컨을 틀어야 할 시기에 맞춰 전기요금을 올리는 데 불만을 가진 분들이 많다”며 “자영업자를 위한다면 가을이나 조금 선선할 때 요금을 올려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협회장은 “대기업은 전기요금이 더 저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상공인도 그런 제도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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