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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 에르도안’ 많았나…뚜껑 연 튀르키예 대선, 30년 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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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의 운명이 걸린 대통령 선거가 결국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과반 득표율을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경쟁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2주 후 결선투표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국제사회도 튀르키예 결선투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가장 중요한 선거’로 꼽힐 만큼 이번 대선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정치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대선 투표가 종료된 15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대선 투표가 종료된 15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종신 집권 야망은 ‘일단 멈춤’ 상태가 됐다. 하지만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승리로 기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으면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게 됐다. 분위기가 에르도안 대통령 쪽으로 넘어오면서 그가 최종적으로 승기를 거머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진다.

양강 구도서 초박빙…예상 엎고 에르도안 1위 차지

튀르키예 국영 TRT 등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개표율이 99% 넘은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49.3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개표 초부터 과반을 넘기며 승리를 확정 짓는 듯했지만, 개표가 90% 이상 진행되면서 득표율이 50% 아래로 내려갔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도 44.99%로 과반을 밑돌았다.

튀르키예 대선은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득표자끼리 결선투표를 치른다. 결선투표는 오는 28일 실시된다. 과반 득표 실패가 유력해지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결선투표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도 앙카라에 결집한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 조국이 두 번째 투표를 바란다면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역시 이번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20년 간 철권통치를 유지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 인생을 위태롭게 만든 건 악화한 경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높은 금리가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며 저금리 정책을 고수해왔다. 지난해 11월까지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지난 2월에도 한 차례 추가 인하하면서 14%였던 튀르키예의 금리는 8.5%까지 낮아졌다. 그 결과 튀르키예 물가는 급등했고, 리라화 가치는 2018년 임기 시작 이후 76%가량 폭락했다.

지난 2월 튀르키예를 덮친 대지진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악재였다. 이 지진으로 5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590만여명이 터전을 잃었다.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을 향해 재난 대처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정도 규모의 재난을 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변명해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선거 결과가 사실상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 전망과 달리 에르도안 대통령이 득표율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선거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투표일 직전 실시된 두 번의 여론조사에서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지지율이 50%를 넘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지율에서 뒤처진 채 대선 레이스를 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국기를 흔들고 있다./AFPBBNews=뉴스1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국기를 흔들고 있다./AFPBBNews=뉴스1

에르도안, 21세기 술탄 국가 완성하나

많은 전문가는 2주 뒤 결선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장 2033년까지 집권을 연장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현재 69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이 열리는 셈이다. 그는 2003년 총리로 실권을 잡은 뒤 2014년 직선제로 대통령이 됐으며, 이후 2017년 개헌을 통해 국가를 대통령제로 바꾸고 자신이 최대 2033년까지 재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티모시 애쉬 블루베이자산운용 이머징 마켓 투자전략가는 로이터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게 있어 최선의 결과는 1라운드에서 승리하는 것이었다”며 “모멘텀은 이제 에르도안 쪽으로 크게 이동했다”고 평했다.

같은 날 실시된 총선 결과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연합은 튀르키예 의회 전체 의석수 600석 가운데 322석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전문가인 하워드 아이센스타트 미 세인트로렌스대 교수는 AP통신에 “유권자들은 ‘분할된 정부’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왕립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담당 갈립 달레이 부연구원은 “현재 개표 결과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확정되면 집권 여당은 심리적 우위를 점하고 2차 선거에 임하게 된다. 결선 투표를 앞두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미 의회 과반수를 확보한 만큼 안정을 강조하고 야당이 ‘테러리스트’ 및 외세와 암묵적 연대를 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워 국가 안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튀르키예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면서도 친러시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계속 반대하는 등 결정적인 순간마다 러시아 편에 서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에르도안 대통령 실각이 지역 안보에 유리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인 에르도안의 승리는 크렘린궁을 환호하게 만들 테지만, 바이든 행정부와 유럽·중동 지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짚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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