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윤 대통령의 두번째 법률안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오늘 하루 더 숙고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간호법 제정안이 여야 합의가 아닌 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인 만큼 지난번 양곡관리법과 같은 원칙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지만, 40여일만에 윤 대통령의 두 번째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담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윤 대통령은 내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주무부처 장관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간호법 재정안의 재의요구를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전날 고위당정협의회를 갖고 “현행 의료체계에서 간호사만 분리할 경우 의료 현장에서 직역 간 신뢰 협업이 깨져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간호법은 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력을 저해하며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심대하다”는 의견을 도출했다.
대통령실도 입장은 같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는 사안인데다 당정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법안으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의료시스템 붕괴로 국민들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간호법 제정으로 직역간 협업이 증대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오히려 간호조무사나 요양업 종사자 등의 생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간호법 제정안의 목적인 ‘간호사 처우 개선’의 경우 법률적 조치가 아닌 정부 정책으로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점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이유 중 하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쪽의 이익을 그대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간호사들 처우 개선은 정부의 대책 수립으로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양곡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후 불과 40여일 만에 대통령이 2차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점은 변수다. 자칫 반복적인 거부권 행사가 국회의 뜻을 거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지난달 양곡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당시에도 윤 대통령은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했지만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3일, 정부에 이송된 지 나흘 만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는 법안만 다루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복적인 거부권 행사는 국민 뜻을 거부하는 폭거”라는 정치 구도를 만들어 쟁점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양곡법과 간호법에 이어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등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윤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을 국회로 다시 돌려보내더라도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공약까지는 아니더라도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인 만큼 이에 대한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간호법이 국회로 넘어오면 다시 본회의에 상정해 재표결을 거치지만 범야권 의석이 가결 요건(180석)을 넘지 않아 표결 시 양곡법처럼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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