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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울 자리 부족한 ‘감방’…밤마다 ‘퍽퍽’, 몸싸움 벌이며 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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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날카로운데…콩나물시루 감방, 늘상 ‘싸움판’

③교정시설 과밀화 해소되지 않는 사이 수용자간 폭행 사고 급증

누울 자리 부족한 '감방'…밤마다 '퍽퍽', 몸싸움 벌이며 소란

#재판기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A씨는 동료 수용자 B씨를 고소해 재차 법정으로 보냈다. 발단은 취침시간 누울 자리가 부족해 벌어진 다툼이었다. B씨는 “더 이상 비켜줄 자리가 없는데 왜 자꾸 치냐”고 항의하는 A씨의 얼굴을 가격했다.

#징역형이 확정돼 대구교도소에서 복역하던 B씨는 새벽 3시 혼거실에서 벌어진 소란에 잠에서 깬 뒤 욕설하다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B씨는 다른 수용자들이 취침 도중 몸이 닿았다는 이유로 말다툼하자 “잠도 안 자고 싸우고 XX이야”라며 화를 냈다 모욕 혐의로 고소됐다.

과밀수용이 해소되지 않는 사이에 구치소·교도소에선 각종 폭력사건이 빈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용자끼리 주먹세례는 물론 죄 없는 교도관까지 사건사고를 수습하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전국 수용시설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원인별로 집계한다. 2022년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교정사고 중 폭행치사상 등 수용자끼리 저지른 폭행사건은 2012년 373건에서 2021년 598건으로 증가했다. 수용자가 교도관을 폭행하는 사건은 2021년 43건에서 2021년 111건까지 늘었다.

수용자들의 사건사고가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는 경우 집계되는 ‘입건송치’도 마찬가지다. 전국에서 폭행과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관련 죄목으로 송치된 사건은 2012년 53건에서 2021년 223건으로 4배가 됐다. 공무집행방해죄로 송치된 사건 또한 2012년 53건에서 2021년 87건으로 불어났다.

이같이 사건사고가 크게 늘어난 원인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같은 기간 교도소·구치소 수용률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됐을 뿐 변동폭은 크지 않았던 탓이다. 사회 전반의 법의식 수준이 높아져 작은 다툼에도 고소·고발을 택하는 풍토가 수용시설에도 확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주의 성향을 띠는 수용자가 증가해 다툼이 잦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수용시설 안팎의 사건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과밀수용 해소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대근 법무정책연구실장은 “과밀수용 상태에 놓인 수용자는 긴장감이 높아져 분쟁과 다툼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연구실장은 “미결수인 사람들은 사건 초기 폭력성이 강한데, 한국은 교도소에 비해 구치소 시설이 부족하고 교정 프로그램도 기결수 중심”이라며 “미결수에 대한 교정관리 개선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도소·구치소가 혼숙·과밀 환경이어서 잠조차 자기 어려운 환경으로, 시설 내 폭력범죄 증가의 원인”이라며 “이런 조건에서는 효과적인 교정이 당연히 어려운데, 교정 성공이라는 실익을 위해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정시설 1인당 2㎡ 이하 면적, 인간의 존엄과 가치 침해”

④헌재와 대법원도 지적한 ‘교정시설 과밀화’

누울 자리 부족한 '감방'…밤마다 '퍽퍽', 몸싸움 벌이며 소란

교정시설 과밀화를 해소하지 않는 것은 곧 국가의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수용자가 최소수용 면적에 못 미치는 협소한 공간에 수용됐을 때는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과밀수용이 위법하다는 판단은 헌법재판소에서 먼저 나왔다. A씨는 2012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70만원이 확정됐지만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10일 동안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 석방됐다. A씨는 “구치소에 있을 당시 1인당 면적이 1.24㎡로 성인 남성이 팔을 펴거나 발을 뻗기 어려울 정도여서 인격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2016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수용인원이 적정한 수를 초과하면 수형자의 생활여건이 악화되고 싸움·폭행 등 교정사고가 잦을 수 있다”며 “교정시설의 질서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교정역량을 떨어트려 결국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형자의 인권과 관련해 “문제의 시설은 다른 수형자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할 정도로 협소한 곳”이라며 “인간으로서 품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과밀한 공간에서 수용행위가 이뤄져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지난해 과밀수용과 관련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구치소·교도소에 수감됐던 B, C, D씨는 좁은 공간에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수감돼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교도소와 구치소에서의 1인 최소수용 면적을 2㎡로 규정하며 이들이 이보다 좁은 공간에 수용된 기간 만큼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결국 B씨에게는 150만원, C씨에게는 300만원, D씨에게는 5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수용자 1인당 도면상 면적이 2㎡ 미만인 거실에 수용됐는지를 위법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국가가 인간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이면서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교정시설에 수용자를 수용하는 행위는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예상 밖의 수용률 폭증 때문에 잠시 과밀수용 상태가 된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과밀수용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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