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
파생상품 주문 실수로 460억원대 손실을 낸 뒤 파산한 한맥투자증권을 두고 예금보험공사가 손실금 360억여원을 복구하기 위해 법정다툼을 계속했지만 최종 패소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맥증권이 미국계 헤지펀드 캐시아캐피탈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지난달 27일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한맥증권은 2013년 12월12일 코스피200 옵션시장에서 매수·매도 주문을 잘못 입력해 2분여 만에 460억원대 손실을 냈다. 이곳은 자본금이 268억여원에 불과한 소형 증권사였다. 담당 직원은 컴퓨터 전원을 차단했지만 거래는 그대로 체결됐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거래 사고를 ‘팻 핑거(Fat Finger · 뚱뚱한 손가락)’라고 한다.
거래 상대자들에게 직접 찾아가 읍소한 끝에 한맥증권은 100억여원을 돌려받았다. 그러나 사고로 얻은 이득이 360억여원에 달한 캐시아캐피탈은 피해금 반환요청을 거절했다.
한맥증권은 “사고는 ‘민법상 착오’로 발생했으니 거래는 취소돼야 하고, 거래금 또한 반환돼야 한다”며 캐시아캐피탈을 상대로 2014년 3월 소송을 냈다. 한맥증권이 2015년 2월 파산하자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예보공사는 사건을 넘겨받았고, 변론을 계속했지만 1·2심에서 연달아 패소했다.
민법에 따르면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착오가 의사를 표시한 사람의 중대한 과실로 발생했다면 취소할 수 없다.
과거 대법원은 “상대방이 착오를 알고도 이를 이용한 경우, 의사를 표시한 사람은 자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는 판례를 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맥증권이 이 같은 판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단순히 한맥증권이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에 비춰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캐시아캐피탈이 한맥증권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예보공사가 패소한 1·2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한편 한맥증권이 미납한 거래대금은 411억여원에 달했다. 한국거래소는 자체 재원으로 캐시아캐피탈 등에게 거래금을 지급하고 한맥증권에게 돈을 갚으라며 2014년 3월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한맥증권은 한국거래소가 감시·감독에 소홀했다며 같은해 12월 맞소송을 냈다. 예보공사는 이 사건 또한 넘겨받아 변론을 계속했지만 1·2심에서 패소했고,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도 지난달 27일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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