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교대 통합 논의 확산 가능성도…”학생 불안감 해결해줘야”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학령 인구 감소로 초등 교원 신규 채용이 줄고 교대 정원도 감축하기로 하면서 교대와 국립대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학생들의 거부감이 크지만 일각에서는 통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학생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대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산교대는 부산대와 통합을 염두에 두고 지난 10일 학생, 교수,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글로컬 대학 참여 찬반 투표를 했다.
15일 교수·직원·학생 13명으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에서 재차 투표한 뒤 17일 교수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글로컬 사업 공동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투표는 부산대가 부산교대 측에 글로컬 대학 사업에 공동 지원하고 종합 교원 양성 체제를 구축하자는 공문을 보낸 데 따른 후속 절차다.
부산교대와 통합해 유·초·중등을 아우르는 종합 교원 대학을 설치하겠다는 것이 부산대의 제안이다.
부산대 제안에 최종 결정권을 지닌 교수회의가 글로컬 사업 공동 지원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은 적지 않다.
부산교대와 부산대의 통합이 성사되면 2008년 제주교대·제주대에 이어 두 번째 사례가 된다.
그러나 10일 투표에서 학부생 98%가 투표를 거부할 정도로 학생들의 반발은 극심하다.
부산교대 측이 다음 주 투표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돼 통합을 둘러싼 대학 내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반발하는 데에는 사범대와 통합할 경우 일차적으로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초등교원 임용시험에 지원자가 몰려 합격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더 나아가 학생들은 교대가 국립대 사범대와 통합돼 종합 교원 양성 체제가 확산하면 장차 유·초·중등 구분 없는 교사 채용 제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초등 교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에도 이 같은 이유로 학생들이 반대하면서 교대·국립대 통합은 논의 단계에서 무산된 사례가 적지 않다.
2011년 공주교대·충남대·공주대, 2017년 전주교대·전북대 역시 학내 구성원들의 불안감과 반발로 통합을 성사하지 못한 바 있다.
부산교대 역시 2021년 부산대와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으나 한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교육부가 혁신적인 구조개혁에 나서는 대학 30곳을 선정해 1개교당 5년간 1천억원을 파격 지원하기로 한 글로컬 대학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대학·학과 구조조정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에 대학들의 구조개혁 의지가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교육부가 초등교원 신규 채용 규모는 물론 10년 넘게 동결된 교대 정원을 감축하기로 한 방침도 결정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학생 수가 적은 교대는 지금도 등록금 외 부대 수입을 올리기 힘든 재정 구조를 안고 있다. 정원마저 줄이면 교대들이 재정상 한계에 부딪혀 통합 논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부산교대 외에 본격적인 통합 논의를 하는 교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학교 정원이 적고 초등학생 수가 가파르게 감소하는 비수도권 교대 중심으로 몇 년 안에 통합 논의가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전국 10개 교대·초등교육과 학생회로 구성된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 관계자는 “부산교대가 합쳐지게 되면 다른 교대에도 비슷한 통합의 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다른 교대의 통합 움직임도 예의 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은 “조심스럽게 내부적으로 교대와 통합 가능성, 효과적인 통합 방법, 다른 대학의 통합 성공·실패 사례 등을 분석하고 있다”면서도 “당장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대 통합에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 학생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대안을 학교나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저출산 영향으로) 학생들이 매년 1만명∼5만명 줄어들고 있고, 교대 정원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교대 스스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3∼5년이고 통합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원 신규 채용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임용과 관련한 불안감을 해결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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