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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50배 약물’ 13개월 영아 숨지게 한 간호사들…처벌 수준은

머니투데이 조회수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코로나19 치료를 받던 13개월 영아에게 약물을 과다 투여해 숨지게 하고도 사건을 은폐한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무죄를 받았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진재경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유기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제주대학교병원 수간호사 A씨(50대)에게 징역 1년, 간호사 B씨(30)와 C씨(31)에게는 징역 1년6개월과 1년2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최근 출산한 B씨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던 강모양(1)에게 약물을 과다 투여하는 사고를 내 숨지게 하고, 이를 은폐한 혐의를 받았다.

같은 해 3월11일 담당 의사는 강양이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자 ‘에피네프린(Epinephrine) 5mg을 네블라이저(Nebulizer·연무식 흡입기)로 투약하라’고 처방했다. 에피네프린을 투여하면 기관지가 확장되고, 심장 박동의 속도와 세기가 증가한다.

하지만 C씨는 에피네프린 5mg을 정맥 주사로 투약했다. 직접 투여할 경우 영아 기준 적정량은 0.1mg이지만, C씨는 약물 기준치의 50배를 한 번에 투약한 것이다.

강양의 상태가 악화하자 응급처치에 나선 A씨는 오투약 사고를 알고 있었음에도 B씨와 C씨에게 ‘투약 사고 보고서를 작성하지 마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등 지시하며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강양은 당일 오후 7시32분쯤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이튿날 오후 5시48분쯤 결국 숨졌다. 사망 원인은 급성 심근염으로, 에피네프린 과다 투여 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B씨는 강양이 중환자실로 옮겨진 날 오후 9시59분쯤 의료기록지에서 담당 의사의 처방 내용을 삭제하고, 이튿날에는 간호사 처치 내용까지 삭제했다. 이에 강양을 치료하던 의료진은 오투약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고, 에피네프린을 추가 투약하기도 했다.

강양이 오투약 사고로 사망한 사실이 상부에 보고됐을 때는 이미 장례까지 마친 뒤였다. 강양의 부모는 사고 일주일 뒤인 3월18일 병원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전해들었고, 4월23일 의료진을 고소했다.

제주대학교병원 강사윤 진료처장이 지난해 4월28일 약물 과다 투약 사고와 관련해 사과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제주대학교병원 강사윤 진료처장이 지난해 4월28일 약물 과다 투약 사고와 관련해 사과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A씨 등 간호사들은 재판 과정에서 유족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자신들의 행위와 강양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최초 약물 과다 투여로 피해자가 숨졌다며 명백한 업무상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미 약물 과다 투여로 심장이 심각하게 손상돼 죽음을 돌이키기는 힘들었을 거라며 유기치사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은 최초 오투약 사고였던 걸로 보인다. 이를 인지했는데도 의사에게 보고하지 않았던 건 명백한 업무상 과실이 맞다”면서도 “그러한 행위 때문에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범행은 병원과 의사, 간호사에게 가진 신뢰를 크게 훼손한 것”이라며 “다만 피고인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과 당시 코로나19 대유행 시점에 어려운 근무 환경에서 격무로 일했던 점, 유족을 위해 각 5000만원을 공탁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주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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