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우후죽순 늘어난 도심 납골당이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과도한 경쟁으로 몇몇 납골당이 폐업하면서 유족에게 “유골을 다시 가져가라”고 하는 일도 발생했다.
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종교법인 운영 납골당’은 2021년 기준 9466곳에 달한다. 지난 20년간 30% 이상 늘어난 수다. 특히 도쿄도와 오사카부 등 대도시에서는 같은 기간 각각 50%, 250% 급증했다.
도심에 대형 납골당이 경쟁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제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납골당이 경영 악화로 문을 닫으면서다. 최근 삿포로시 도심에 있는 납골당 ‘미타마도 모토마치’는 이용자에게 “유골을 갖고 나가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납골당은 4층짜리 건물에서 770기의 납골당 공간을 30만~250만엔(약 300만~2500만원)에 판매해왔다. 납골당을 운영하는 종교법인 하쿠호지는 설립 10년을 맞은 지난해 10월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빚을 못 갚았다. 이에 경매로 넘어간 납골당 건물과 토지를 부동산 회사가 낙찰받으면서 소유권이 넘어간 것이다.
해당 건물이 폐쇄되면서 납골당 이용자들은 추모는 고사하고, 내부에 들어갈 수조차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8년 전 120만엔(약 1200만원)에 손녀의 유골을 맡긴 60대 후반 이용자는 ‘도로 가져가라’는 종교법인의 통보에 따르지 않고 항의하고 있다. 신문은 “아직 유골 50기 정도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삿포로시 외에 후쿠이현이나 센다이시에도 자금난으로 문을 닫은 납골당이 속속 나타났다. 조문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도심 대형 납골당의 잇따른 폐쇄가 사회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파산된 이들 납골당에는 공통점이 있다. 장례업체 등 민간기업에서 돈이 없는 종교법인에 건물 건축비나 구입비를 대여하는 형태로 설립된 점이다. 일본은 민간기업이 직접 납골당을 운영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지자체나 종교법인, 공익법인 등만 설립 및 운영할 수 있도록 제한하면서 민간기업이 ‘자금 대여’를 통해 우회 진입한 것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저출산, 도시화, 고령화 등으로 도심 납골당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망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장례를 치르지 못한 이들이 시신을 화장한 뒤 납골당에 안치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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