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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안 죽였다, 거짓자백”…23년 무기수 김신혜 재심 1년만에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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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신혜씨가 2019년 3월6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재심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신혜씨가 2019년 3월6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재심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무기수 김신혜씨(46·여)에 대한 재심 재판이 오는 24일 오전 10시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13개월만에 다시 시작된다. 국내 사법 역사상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로 장기복역 중인 무기수가 재심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몇가지 위법성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재심을 결정했다. 재판부의 정당한 판결이었는지, 억울한 옥살이인지 친아버지 살해범으로 복역해 온 김씨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사건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3월7일 오전 5시50분 전남 완도군 정도리 외딴 버스정류장에서 김모씨(당시 53)가 숨진 채 발견됐다. 3급 지체장애인으로 다리를 심하게 절었던 이가 집에서 7㎞ 떨어진 지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점을 두고 의구심이 나왔다.

사고 현장에는 부서진 승용차 라이트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시신이 도로 위에서 발견돼 처음에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치고는 외상 흔적이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303%나 됐고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이 13.02㎍/㎖ 검출됐다.

경찰은 누군가 수면유도제와 술을 이용해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틀 뒤인 3월9일 오전 12시10분 당시 23세였던 큰딸 김신혜씨(현재 46세)가 전격 체포됐다. 연극 생활을 하면서 서울에 살던 김신혜는 사건 발생 전날인 3월6일 오후 6시쯤 렌터카를 타고 고향 완도로 내려온 상황이었다. 잠시 머물던 남동생(당시 19세)을 데리고 올라가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김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수면제 30알을 양주에 타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아버지 이름으로 8억원 상당의 상해·생명보험 8개가 가입된 사실이 밝혀졌고 집에서 살해계획을 정리한 것으로 볼 만한 김씨의 수첩도 나왔다.

김씨의 이복여동생도 아버지가 자신을 성추행한 사실을 언니가가 알고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진술하면서 경찰은 김씨의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아버지에게 수면유도제 30알이 든 술을 ‘간에 좋은 약’이라며 마시게 한 뒤 함께 드라이브를 하다가 아버지가 운전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버스 정류장 앞 도로에 내려놓은 뒤 교통사고처럼 꾸며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김씨는 현장검증을 앞두고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아버지가 성추행을 했을 리도 없고 자신은 결백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고모부에게서'(이복)남동생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이 뒤집어쓰려고 허위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복여동생도 고모부로부터 ‘아버지가 성추행했다고 진술해야 언니가 빨리 풀려난다’는 얘기를 듣고 거짓말을 했다고 번복했다.

아버지 이름으로 가입된 보험도 3개는 해지 상태였고 나머지도 가입한 지 2년이 경과하지 않아 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이 새로 밝혀졌다. 수면제나 양주 등 범행에 사용된 물증도 발견되지 않았다.

허위진술의 배후로 지목된 고모부는 당시 경찰에 김씨가 여동생 성추행에 앙심을 품고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고모부는 여전히 자신을 겨냥한 김씨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김씨의 항변은 당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는 존속살해 혐의를 줄곧 부인했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2001년 3월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김씨는 복역 중에도 “죄가 없다”며 교도소 노역을 거부했다. 교도소 노역을 거부하면 가석방, 감형, 귀휴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주민들에게 직접 탄원서를 받으며 구명운동을 했던 김씨의 할아버지 김정길씨(당시 86)는 사건 이후 친척들 도움을 멀리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다 2017년 가을 눈을 감았다.

김씨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 법률구조단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한 것은 복역 중이던 2015년 1월이었다.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했고 허위로 수사기록을 작성하는 등 당시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씨의 진술과정에서도 폭행과 가혹행위가 발생한 정황이 포착됐다.

김씨에 따르면 당시 경찰이 종이 한 장을 내놓더니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억지로 잡아 지장을 찍고 서명을 하라고 닦달할 때도 머리와 뺨 등을 때렸다고 한다.

법원은 수사 과정의 이런 위법성을 인정하고 2018년 9월 재심을 확정했다. 법원은 다만 김씨가 요구한 형 집행정지에 대해서는 “재심은 수사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기 때문에 하는 것이고 김씨가 무죄라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김씨의 재심은 항고 절차 등을 거쳐 2019년 3월 시작됐다가 변호인 교체와 국선변호인 선임 취소 등으로 연기됐다. 법원은 2021년 3월 한 차례, 2022년 4월 세차례 공판기일을 열고 살인사건 담당 경찰관 등을 증인신문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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