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가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차렐라 치즈 포장지에 ‘피사의 사탑’ 그림을 그려 넣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된 치즈임에도 마치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치즈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중국 업체 ‘가오푸 푸즈’는 오스트리아에서 ‘유러피언 모차렐라 치즈’를 만들어 판매해왔다. 해당 제품에는 얇게 자른 치즈 12장이 들어가 있다.
문제는 겉 포장지에 그려진 그림이다. 포장지에는 영어로 ‘European Mozzarella Cheese’라는 제품명과 중국어 등이 혼용돼 적혀있었고, 이탈리아 명물 ‘피사의 사탑’과 곤돌라 등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특히 곤돌라는 베네치아 관광 명소인 리알토 다리와 대운하를 배경으로 하는 것처럼 묘사돼 있다.
해당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자 이탈리아 일각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여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l) 의원 토마소 라졸리니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치즈 사진을 올리고 ‘피사의 사탑’ 등 이탈리아 명물을 “부당하게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출처가 의심스러운 제품에 이탈리아 명물을 갖다 붙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식품 업계도 발끈했다. 한 식품 전문가 협회는 문제의 ‘유러피언 모차렐라 치즈’가 원조를 모방한 ‘가짜’라고 규정했다. 또 문제의 치즈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에서도 발견됐으며, 심지어 이탈리아까지도 침투했다고 이 협회는 주장했다.
이탈리아 최대 농업 협회인 콜디레티에 따르면 세계에서 이탈리아 식품을 모방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00억 유로(174조 6000억원)로 증가했다. 콜디레티 관계자는 ‘유러피언 모차렐라 치즈’가 “정체성을 도용한 최악의 사례 중 하나”라면서 “이런 제품은 소비자를 혼동하게 만들고 원조 이탈리아 음식 시장을 훔쳐 간다”고 비판했다.
中 바이두, 김치·삼계탕 이어 ‘삼겹살도 중국요리’ 주장도
한편 중국의 문화공정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백과사전에는 김치와 삼계탕에 이어 삼겹살이 중국의 요리라고 표현돼 있어 논란되기도 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이 김치, 삼계탕 등에 이어 이번에는 삼겹살도 중국 음식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며 “이제는 ‘김치공정’을 넘어 ‘한식공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이두는 삼겹살 구이가 중국 전병에 싸 먹는 대파 돼지고기볶음에서 유래했다고 한다”며 “삼겹살 구이는 고깃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메뉴이며, 삼겹살은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요리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그는 “삼겹살에 대한 정확한 문헌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면서도 “음식 전문가들에 따르면 삼겹살을 구워서 쌈을 같이 내어 파는 방식이 시작된 건 1970년대 중후반부터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겹살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한식을 대표하는 현대 음식이라는 게 정론”이라며 “한국인들의 ‘소울 푸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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