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마음대로” vs “노인이라고 차별 부당”
전문가 “‘부양 부담’ MZ세대 거부감 표출…더 늘어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60세 이상은 사람이 아닌가 보죠.”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권모(78)씨는 최근 속속 등장하는 ‘노 시니어 존'(No Senior Zone·노인 출입 금지)에 대해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한 카페 출입문에 붙은 ‘노 시니어 존(60세 이상 어르신 출입제한)’ 문구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특히 안내견은 환영한다면서도 노년층의 출입은 금지하겠다는 가게 주인의 뜻이 논란이 됐다.
이 사진을 게시한 글쓴이는 해당 카페를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곳이라고 설명하면서 “무슨 사정일지는 몰라도 부모님이 지나가다 보실까 봐 무섭다”고 적었다.
이에 ‘노 키즈 존'(No Kids Zone·어린이 출입 금지)을 잇는 또 다른 차별이라는 비판과 노년층에서 소위 ‘진상 손님’이 많기 때문에 가게 주인으로선 그럴 수 있다는 옹호론이 엇갈렸다.
권씨처럼 당장 출입을 금지 당한 노년층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모(74)씨는 “세대 차이가 난다고 그러는 것 같다”며 업주를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착찹한 표정으로 “기분이 좋지는 않다. 벌써 내가 그렇게 나이를 먹었나 싶다”고 말했다.
박모(82)씨도 “요즘엔 식당에 가도 노인을 반기지 않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가면 괜히 눈치가 보이는 게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세대에 따라 의견이 나뉘었다.
종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27)씨는 “자기 소유 가게에서 업주 생각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노 시니어 존을 옹호했다.
신씨는 “노인분들이 오시면 다섯 분이 음료 두 개를 시키기도 하고 목소리도 크게 내기도 한다”며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62)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60세 이상이라고 다 똑같은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며 “물론 ‘꼬장'(상대방을 방해하려는 공연한 심술)부리는 사람도 있지만 친절한 사람도 있으니 출입 금지까지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세태를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사이에서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정서가 누적돼 내면화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거부감과 적대감이 표출된 사례”라며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연동되면서 사회구조적으로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이 훨씬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세대 갈등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서 노년층을 대놓고 제한하고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더 많아질 것”이라 우려했다.
김미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도 “꼭 노 시니어 존이라고 써놓지 않더라도 노인이 이용하기 어렵게 만든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며 “노년층의 행동반경이 축소되면 그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결국 사회 전체적인 부양 부담이 늘어나는 연쇄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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