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네 내새끼”…10살 때 길 잃은 아들, 45년 만에 찾은 사연

꽃을 들고 있는 아버지 정청명씨, 실종됐던 아들 정은석씨, 어머니 차타동씨가 경남 양산의 한 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창원중부경찰서

“맞네, 맞네, 내 새끼 맞네, 흉터 보니, 그새 이렇게 컸네”

45년 전 집을 나갔다가 실종된 아들을 마주한 노모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DNA 대조를 통해 45년간 실종됐던 정은석씨(54)와 아버지 정청명씨(79), 어머니 차타동씨(75)가 지난 4일 상봉했다고 밝혔다.

1978년 12월 20일, 당시 10세이던 은석씨는 경남 창원시 완암동에 있던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

부모는 아들을 찾기 위해 실종 신고를 하고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수소문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아들이 지적장애인이었던 만큼 부모의 마음은 더 타들어 갔고, 40년 넘게 긴장 속에 살던 부모는 어느새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이 됐다.

부모는 아들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버지 청명씨는 지난 3월 언론을 통해 ‘장기실종자 발견을 위한 유전자 등록 제도’를 접하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창원중부경찰서를 찾았다. 그는 구강세포 검사 등을 통해 유전자를 등록했다.

부모는 한 달이 지난 4월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찰은 아동권리보장원과 협업해 가족 보호시설 입소자를 대상으로 유전자를 대조해 경남 양산의 한 장애인복지관에서 지내는 은석씨를 찾았다. 은석씨는 실종됐던 1978년부터 해당 복지관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어머니 타동씨는 “아들을 잃어버리고 나서 수년간 인근 고아원은 다 돌아다녔다”며 “생전에 아들을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다시 찾아서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