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다 하고 당당히 퇴근, 간략 보고 대신 대면보고, 내용보다 보고서 형식 중시..”
최근 서울시가 2030 공무원들의 속마음 설문조사에서 나온 답변들이다. 한 시 공무원은 “비대면 보고가 가능하지만 대면보고를 고집하는 일부 간부들 때문에 힘들다”며 “퇴근 후나 휴일에 카카오톡 메신저로 지시하는 상사들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자신의 권리 주장에 적극적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비중이 확대되면서 서울시 공직사회도 유연한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7일 시에 따르면 1만여 시 공무원(임기제 제외 일반직 기준) 중 2030 세대는 3900여 명으로 약 40%를 차지했다. 시 공무원 중 약 10명 중 4명이 2030 세대로 시 공직사회의 주류가 된 셈이다.
신규 공무원들의 퇴직도 늘고 있다. 시 임용 5년 이하 공무원의 퇴사율(퇴직자수/신규 임용자수)이 2019년 4.7%에서 지난해 8.6%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시 관계자는 “열악한 처우와 불필요한 회의문화, 야근 및 주말 근무 등의 공직생활 어려움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가 지난달 실시한 2030 공무원 20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참여 공무원 52.1%는 ‘할 일이 다 끝나면 당당히 퇴근한다’고 답했다. 또 청년 공무원 56.2%는 구두 또는 유선 보고도 가능한 사항에 대해서도 대면보고를 한다고 했다.
보고서 작성에 힘든 점은 ‘당장 내일까지 보고서 작성 요구'(31%)가 가장 많았다. 이어 ‘보고서 내용보다 형식을 지나치게 강조'(25.2%), ‘명확한 작성방향 지시 없이 작성 요구'(23.1%), ‘잦은 보고서 방향 변경'(17.1%)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공직사회 분위기에 오세훈 서울시장도 직접 젊은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9일 2030 공무원들과 만난 오 시장은 “힘들게 들어온 공직을 박차고 나가야만 했을지 너무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조직문화에 대한 아쉬운 점, 업무방식에 있어 불편했던 부분에 대해서 조속히 보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세번째)이 지난달 19일 2030 세대 시 공무원들을 만나 공감토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 |
이에 맞춰 시도 공무원 간 인식 차이에 맞춰 업무, 복무, 의사소통 등 전 분야에 유연한 조직문화를 확산키로 방침을 정했다.
우선 전 직원 ‘맞춤형 유연근무제’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지난 3월부터 창의적 업무환경 조성을 위해 ‘하루 8시간’ 근무 유지하면서 본인 여건에 맞게 출퇴근시간대 조정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시범실시 결과를 바탕으로 시는 다른 유형의 유연근무제 추가하고 중장기적으로 주 2회 이상 유연근무제 의무시행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또 열심히 일한 직원의 성과에 대해 공정한 평가 및 보상이 가능하도록 실적가점 및 근무성적평정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기존 3개(S·A·B) 등급에서 S++, S+ 실적가점에 신설했다. S++, S+등급은 S 중 사업추진실적이 탁월한 사업을 선정하며, 적격사업 없을 시에는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 다수 협업사업에 대한 평가 및 보상을 위해 ‘협력’ 부문도 신설했다. 여기에 무단결근, 조퇴, 지각을 반복하거나 부하, 동료를 괴롭히는 직원에게 근무평가 최하위(가) 등급을 평정심사위원회를 열어 부여하기로 했다.
시는 아울러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직원동행 TF(태스크포스), 찾아가는 인사상담 등으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젊은 세대의 공직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공직사회 분위기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면서 ” 직원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든든한 조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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