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6.5㎝, 몸무게 197g. 2020년 7월20일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아기 판다가 태어났다. 엄마 아빠는 에버랜드에서 생활하는 국내 유일의 자이언트 판다 ‘아이바오’(암컷)와 ‘러바오’(수컷). 국내 처음으로 자연 번식에 성공한 판다의 탄생에 사육사들은 환호했다. 아기 판다는 이내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이름도 대국민 공모를 통해 ‘푸바오’(행복을 주는 보물)로 지었다. ‘용인 푸씨’라는 애칭도 얻었다.
최근 외신을 통해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동물원의 자이언트 판다 ‘야야’(암컷)가 20년 대여기간 종료로 고국인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 태어난 새끼 판다 푸바오의 향후 거처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은 판다 푸바도 역시 이르면 내년 ‘짝짓기’를 위해 중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소셜미디어 등에는 “아쉽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왜 돌아가야 하나?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에버랜드는 푸바오가 만 4살이 되는 내년 7월께 중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중국 쪽과 송환 시점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판다는 자연 번식이 어려운 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에버랜드가 국내 최초로 자연임신으로 판다 번식에 성공시키며 푸바오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싱싱하지 않은 대나무 잎은 입에도 대지 않는 판다의 까다로운 식성을 맞추기 위해 에버랜드는 매주 1~2회 경남 하동에서 그날 벤 대나무를 공수해오며 금지옥엽으로 판다들을 키웠다. 하지만 오는 7월 3번째 생일을 맞는 푸바오는 1년 뒤에 한국을 떠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중국은 판다가 1980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뒤 오로지 대여 형식으로만 해외에 내보내고 있다. 당시 장쩌민 주석 주도로 이뤄진 일종의 ‘판다 외교’ 정책이다. 임대된 판다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들의 소유권 역시 중국에 있다. 푸바오의 엄마 아이바오와 아빠 러바오도 2016년 시진핑 주석이 임대한 판다다. 판다를 임대한 국가는 판다 한 쌍마다 기금 명목으로 연간 100만달러(13억원)를 중국 쪽에 내야 한다. 당시 한중은 15년 대여에 합의해 계획대로라면 푸바오의 엄마 아빠 역시 2031년 3월엔 중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명분상의 이유는 종 번식이다. 판다가 전세계에 현재 1800마리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보니, 중국이 특별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에버랜드에서 판다를 돌보는 강철원 사육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판다들은 생후 4년 차부터 성 성숙이 이뤄져 이성 친구를 만나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는 엄마와 아빠 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의 판다를 만나러 돌아간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푸바오는 짝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송환되면 한국으로 다시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판다 대여 등 동물 외교 관행 중단돼야”
‘용인 푸씨’ 푸바오는 ‘판다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와 사이좋게 지내는 영상이 관심을 받으며 에버랜드에서 가장 인기 많은 동물 중 하나가 됐다.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 ‘판다 할배와 팔짱 데이트’ 쇼츠 영상은 지난 3일 기준으로 조회 수 1477만회를 기록했다. 푸바오의 송환 일자가 다가오면서 “할아버지와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하는 반응도 줄을 잇고 있다.
판다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타국으로 송환하는 것이 ‘동물복지’ 관점에서도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모든 동물은 수송 스트레스를 받는다. 판다는 ‘외교’ 목적으로 옮겨진 것으로 동물의 이익을 위해 수송된 것은 아니다”며 “동물을 외교 수단으로 쓰는 건 구시대적이고 대여 관행은 중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대여는 동물은 물건으로, 친선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윤리적으로 동물 임대는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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