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진=뉴시스 |
‘가상 캐릭터를 거래하면 쌓이는 포인트로 쇼핑몰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캐릭터를 팔아 피해자 64명으로부터 약 70억원을 가로챈 A씨에 대해 징역 5년이 확정됐다.
7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에서 선고한 징역 5년을 확정했다. A씨는 실현 가능성 없는 ‘가상 포인트를 이용한 쇼핑몰·신용카드 결제’ 등 사업을 홍보해 64명에게서 약 69억4908만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7월부터 회원끼리 3종류의 가상 캐릭터를 거래할 수 있는 B 플랫폼 사이트를 운영했다. 캐릭터를 구매한 회원은 보유한지 3일이 지나면 회사 시스템에 따라 12%, 15%, 18% 수익률을 붙여 다른 회원에게 캐릭터를 판매할 수 있었다. 회원은 캐릭터를 판매할 때 회사에 1볼트(120원)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
캐릭터는 그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분할됐다. 캐릭터가 ‘무한대’로 증식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거래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회원 유치와 거래가 필요했는데, 애초에 지속 운영이 불가능한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A씨는 ‘캐릭터를 포인트로 전환해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회원을 모집했다. 해당 포인트를 이용한 신용카드를 발급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서도 B 플랫폼 거래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A씨는 이 같은 서비스를 실현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두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캐릭터수가 너무 많아지면 회사에서 매입해 소각할 것’이라고 하며 화폐로서의 가치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조만간 새로 개발하는 서버를 통해 발행할 암호화폐로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A씨는 모집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최초 캐릭터 1000개(2억원)를 발행해 판매했다. 추가적으로 캐릭터를 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8월 피해자 2명에게서 캐릭터 구매 대금과 수수료 명목으로 약 17억2429만원을 받아 본인 혹은 제3자에게 돌아가게 했다. 9월19일부터 이듬해 2월19일까지 6개월 간 같은 방식으로 62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52억2479만원을 편취했다.
A씨는 15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일반 회원 행세를 하며 거래했다. 거래를 인위적으로 부추겨 플랫폼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실제 차명계좌를 통해 90억원 상당의 캐릭터 판매 대금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총 361억원을 받아 270억원을 캐릭터 구매 대금으로 사용하고, 약 90억원을 남긴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각, 해외사업 진행, 쇼핑몰 연계, 신용카드 발급은 실현 가능성도 낮고 실제로 실행되지 않았다”며 “암호화폐 채굴 또한 범행을 계속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캐릭터 거래가 지속 가능한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편취했다”고 했다.
이어 “A씨 등은 유사한 형식의 다단계 시스템에 착안해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참고한 시스템도 2020년 6월부터 사기 의혹을 받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편취한 금액보다 회복된 피해금이 많은 점을 고려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를테면 피해자 2명의 손해액 17억2429만원 중 1억7531만원을 제외한 금액은 회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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