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권리협약 권고에도 아동 주체 권리 보장 법 아직 없어
정부 올해 주요 과제로 추진…국회서 속속 발의, 본격 논의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아동을 보호하거나 교육하는 대상으로 국한하지 않고 권리를 누리고 행사하는 주체로 명시하는 ‘아동기본법’이 제정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유엔아동권리협약 권고와 국내 아동 권리 보장 요구 등을 반영해 지난해부터 아동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당사자인 아동들이 법안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요구를 분출하고 있으며, 국회에서 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5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각각 아동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두 법안은 공통적으로 기존 아동 관련 법에 따른 ‘아동 보호’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아동 권리를 선언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아동 관련 법은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방지법, 영유아보육법, 유아교육법 등 다수인데 기본적 관점은 보호와 교육에 쏠려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아동을 보호·교육의 대상으로 보는 시혜적 시각을 벗어나 동등한 주체로 보는 흐름이 일찍부터 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자기 결정의 주체로 규정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되면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각국에 아동기본법 제정을 권고하나 한국은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 후 지금까지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보는 법은 아직 없는 셈이다.
과거에도 아동기본법 제정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긴 했으나, 간헐적 논의 정도에 그치고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아동기본법 추진 계획을 밝혔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당사자인 아동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여러 토론회와 원탁회의를 개최했으며 어린이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아동을 부모 등 성인에게 종속적 존재라고 보는 인식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아동 참여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아동기본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굿네이버스에서 활동하는 조하율 양(서울 청룡초 6학년)은 “‘노키즈존'(아동 출입 제한 구역)이라는 표현은 모든 아이를 잠재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보는 느낌을 받게 하고 초등생을 이르는 신조어 ‘잼민이’도 아동 비하적”이라며 “몸과 마음이 자라는 아동들이 어른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며 모든 아동의 행복·안전을 보장하는 아동기본법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유니세프 활동가 정범석 군(서울 광희중 1학년)도 “기본법은 모든 법·제도의 기본이 되므로 아동기본법이 아동과 관련한 많은 일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동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해 법을 제정해서 많은 아동이 자신감을 얻길 바란다”고 했다.
한재욱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위원은 “흔히 쓰였던 ‘동반자살’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모와 어른의 입장·시선이지 아동의 의견은 담기지 않았다”며 “아동을 소유물이라 생각하고 아동 의견을 무시·존중하지 않는 인식이 안타까우며, 아동을 권리 주체로 인식하는 인식 전환이 가장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윤석열정부 아동정책 추진방안’에서 아동기본법 제정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국회 법안 발의에 여야 다수 의원이 참여해 정치적 쟁점이 크지 않고 정부도 적극적이라 올해 중 제정을 목표로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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