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김태효 안보실 차장이 초안, 30대 초반 김원집·김원재 행정관 최종 검토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미 기간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앞두고 30대 행정관들에게 연설문 퇴고를 맡겼던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른바 MZ 세대 아이디어를 국정 운영에 과감히 반영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의 연장선에서 젊은 참모들에게 파격적으로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영어로 된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문 초안 작성은 국가안보실 김태효 1차장이 주도했다. 대외 전략 수립과 집행에 잔뼈가 굵은 학자 출신 고위 참모다.
이례적인 것은 30대 초반 행정관들이 연설문의 최종 검토를 맡은 점이다.
의전비서관실 소속으로 외교부 사무관 출신인 김원집(32) 행정관과 안보실장 비서실 소속으로 국제기구 근무 경력이 있는 김원재(31) 행정관이 그들이다.
이 중 김원집 행정관은 대통령 통역 담당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영어에 능통한 이 두 사람에게 “원하는 대로 연설문을 전부 고쳐보라”며 “자를 내용은 잘라도 좋다”고 퇴고를 일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연설문 일부 표현이 두 행정관에 의해 막판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외교 일정을 앞두고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한 것은 직급과 관계없이 그들을 존중하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43분간의 미 의회 영어 연설을 통해 23차례 기립박수를 받는 등 호응을 얻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에서도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도 청년들의 얘기를 많이 듣고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에게 “기성세대가 모르고 청년들이 아는 것이 사실은 국정에서 더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날 브리핑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위터 글에서 한미동맹에 대해 “미래세대에 온전히 넘겨야 할 값진 유산”이라고 말하는 등 미래세대 중시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취임 1주년 핵심 테마를 ‘변화’로 설정한 대통령실은 전과 다른 정책을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과정에서 젊은 행정관들 목소리를 구조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선 때와 비슷하게 20∼30대 MZ 세대의 젊은 감각으로 새로운 변화를 국민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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