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사동 ㄱ빌라의 반지하 세대 내부 모습. 이곳에선 지난해 여름 폭우로 인한 침수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침수 사망 사고 이후 해당 세대는 비어있다. 옆 세대는 금천구 독산동으로 이사갔다고 알려졌다. /사진=정세진 기자 |
“지난해 사고가 난 반지하 빌라 옆집은 (금천구) 독산동에 반전세로 이사를 갔어요. 하지만 여긴 역세권이라 여전히 반지하로 들어가려는 세입자들이 있어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2일 이곳을 찾은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김씨의 부동산 근처에서는 지난해 8월 큰 물난리가 나 빌라 반지하에 살던 A씨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A씨가 살던 반지하 방은 10개월 여가 지난 2일 오후에도 여전히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인근의 5평(16.5㎡) 크기 반지하 원룸의 경우 보증금 200만~500만원, 월세 30만원 수준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김씨는 말했다. 같은 크기 원룸의 지상층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5만원 수준이다.
당시 주변 상가도 피해를 입었지만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A씨가 살던 반지하에서 30m 정도 떨어진 성모씨의 5평(16.5㎡) 남짓한 미용실도 지난해 8월 폭우로 침수 피해를 봤다. 길가에 접한 1층 미용실엔 성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찼다. 성씨는 “우리 같이 장사하는 사람들은 못 떠나잖아, 방법이 없지”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관악구에서 일가족이 침수 피해로 숨진 날 동작구의 한 빌라 반지하 주택에서도 50대 여성이 숨졌다. 당시 동작구에선 900여가구가 침수된 사당1동의 피해가 가장 컸다.
사당1동에서 20년째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사당동 전체 반지하가구가 900가구 이상은 될 것”이라며 “지난해 침수 피해를 입은 가구 중에 70~80%는 이사를 갔고 20~30%는 집을 고쳐서 그대로 살고 있다”고 했다.
사당1동은 동작구 일대에서 경사가 완만해 언덕길이 없고 지하철 2호선 역세권에 위치했지만 지난해 8월 침수 이후로 부동산 거래가 끊겼다고 말한다. 박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당1동을 찾는 세입자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사무소에 따르면 사당 1동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 등은 대다수가 반지하주택이 딸려 있다. 지난해 8월 침수 이후 임차인 대다수는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고 추가비용을 들여 도배와 장판을 새롭게 하며 집을 고쳤다.
임모씨가 사당1동에 소유한 15평(49.58㎡) 크기 방 2개짜리 반지하주택은 화장실 변기가 주택 바닥보다 50cm 가량 높이 위치해 있다. 지난 여름 폭우 때 화장실 변기에서 역류가 시작돼 반지하 주택 전체가 순식간에 침수됐다고 한다. 임씨 역시 지난해 침수 피해 후 새로운 싱크대와 에어컨을 설치하고 도배와 장판을 하는데 300여만원을 썼다.
이후 해당 반지하주택을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60만원에 부동산에 내놨지만 세입자를 구할 수 없었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이씨는 몇달전 보증금을 1000만원까지 낮췄지만 아직 세입자를 찾지 못했다 .
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1동의 한 반지하주택. 지난해 8월엔 반지하주택 바닥보다 높이 위치한 변기에서 물이 역류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사진=정세진 기자 |
올해 여름에도 비가 자주 올 것으로 예상된다. 관악구와 동작구 등 지난해 물난리를 경험한 지역 주민들은 “그나마 구청에서 미리미리 조치를 진행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동작구는 반지하 주택에 차수막과 물막이판을 모두 설치했다. 관악구도 장마철이 되기 전 관련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폭우 이후 반지하 관련 대책을 내놨다. △반지하 거주 가구가 지상층으로 이사하는 경우 최장 2년 간 매달 20만 원씩 월세를 지원하고 △서울시 내 반지하주택 21만1000여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서울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통해 올해 3450세대 구입을 목표로 모든 자치구 내 반지하를 포함한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 등을 동별 일괄 매입하는 사업 등을 추진한다. 연립주택의 경우 반지하주택 모든 세대를 포함한 건물 전체 가구 수 2분의 1 이상이 함께 접수해야 매입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서울시 소재 21만1000여 반지하 주택에 대해 침수 피해 가능성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노약자와 발달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전수조사를 끝내 540호에 침수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8월8일~9일 사이 한강 이남 지역은 시간당 최대 강우량이 141.5㎜를 기록하며 서울의 역대 최고 강우량을 갱신했다. 관악구에서만 주택침수 5272가구와 점포침수 1286개소가 접수됐고 산지에 인접한 저지대인 금천·동작·서초·강남구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 1동의 한 반지하 주택 창문에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다./사진=정세진 기자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