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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서울 강남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고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뺑소니한 남성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 심리로 이날 열린 고모씨(40)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사)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유족 측에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에 대한) 예방적 효과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고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음주상태로 운전하다가 9살 A군을 쳐 숨지게 하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검찰은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스쿨존 어린이 음주사망사고 이후 도주한 사안에 대해 최대 징역 23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대폭 상향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스쿨존 내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으로 음주운전을 해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면 최고 징역 15년을 선고할 수 있고, 이 상태에서 뺑소니하면 23년형, 사체를 유기한 뒤 뺑소니하면 26년형까지 선고하도록 한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했다
A군 아버지는 이날 “아이는 저에게 둘도 없는 친구였고 지적 능력도 뛰어나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어 훗날 이 세상에 큰 도움이 될 거라 기대했었다”며 “하지만 음주 뺑소니 운전자에 의해 그 꿈은 산산조각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뺑소니 혐의를 부인하고 사고 당시 빗물 배수로 덮개를 밟은 줄 착각했다는 가해자의 변명은 저희를 두 번 죽이고 있다”며 “스쿨존 음주사망사고는 어떤 사망사고보다 중한 범죄임을 판시해달라”고 강조했다.
고씨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세상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끔찍한 일을 저지른 죄인”이라며 “판사님 결정에 따라 후회와 반성으로 죄값을 치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날 대전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황우진)는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으로 배승아양(9)을 치여 숨지게 하고,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한 전직 공무원 방모씨(66)도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앞서 경찰은 A씨에 대해 민식이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수사해 왔다. 이후 A씨의 범행 당시 상태에 대해 살핀 결과 위험운전치사·상 혐의까지 추가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과거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고, 음주운전을 해왔음에도 적발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무고한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중범죄'”라며 “향후 수사 검사가 직접 공판에 관여해 적극적인 양형 의견 개진 등을 통해 엄벌에 처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엄벌 대응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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