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학교 교사 4명 중 3명은 법정 초과근무 시간 상한인 ‘월 45시간’을 넘기고, 3명 중 1명은 ‘월 80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2학년도 공립 초등학교·중학교 교원 근무 실태조사’를 인용하며, 초등학교 교사 64.5%, 중학교 교사 77.1%가 법정 초과근무 시간 상한선(월 45시간)을 넘겨 일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377개 공립 초중학교 교사 약 3만 5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심지어 초등학교 교사 14.2%, 중학교 교사 36.6%는 월 80시간 이상 초과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교사가 지나친 노동으로 심신에 장애가 초래될 수 있는 ‘과로사 라인’에 인접한 수준으로 격무에 시달리는 셈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직전 2016년 조사 때와 비교해 각각 초등학교 19.2%포인트, 중학교 21.1%포인트 감소한 수치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일본 내 초등학교·중학교 교사의 과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는 “방학 때인 지난해 8월과 상대적으로 한가한 10~11월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살인적인 초과 근무가 발생하는 학기 말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실상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교사 초과근무가 과다하게 발생하고 있는 이유로는 ‘낙후된 디지털화’가 꼽힌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교원들의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되는 가운데 학교 업무의 디지털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디지털화 지연에 따른 비효율·비능률을 지적했다.
“상당수 엑셀 사용 안 해…생기부도 손으로 작성”
매체들에 따르면 일본의 상당수 초중고 교육 현장에서는 아직도 서류 작업을 손글씨에 의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성적·출석 관리와 계산 등을 쉽게 할 수 있는 엑셀(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을 쓰지 않는 학교도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당 수십 장에 달하는 생활기록부를 직접 손으로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교사는 트위터에 “올해 전근을 하였는데, 여기에서는 (학생 출석 관리 등을) 손글씨로 해야 한다”며 “그동안 컴퓨터로 작업했는데 지금은 너무 힘이 든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교원은 “교사들이 생활기록부를 손글씨로 기재해야 한다. 한 글자라도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쓴다. 수십 년 전 업무수행 방식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학교에 개선 방안을 제안했지만 고년차 교사들로부터 ‘현재 방식이 더 낫다’며 거부당했다”면서 “교재 연구와 수업 준비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호쿠 지방의 한 공립학교에서는 교육위원회 등 상부 기관에서 이메일로 전달된 지시사항, 협조 요청 등 공문을 교감이 매일 아침 교사 인원수만큼 인쇄해 책상 위에 쌓아놓고 배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첨부파일을 공유하면 교사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매일 1시간 이상 인쇄 작업을 하며 시간과 종이를 낭비하는 것이다.
한편, 많은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간 연락 수단을 ‘교무실 전화’로 제한하고 있다. 부작용을 우려해 휴대전화, 메일, 메신저 등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도쿄도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생 가정과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해 악용하는 교사가 있을 수 있다”며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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