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박7일간의 미국 국빈 방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환대를 받고 귀국길에 올랐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분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내놓았다.
29일(현지시간) NYT는 “미국과 일본에 더 가깝게 맞춰진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그의 나라를 양극화시켰다”며 윤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한 한국 내 북한·외교 전문가들의 다양한 반응을 소개했다. 특히 이 매체는 윤 정부가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물로 여기는 ‘워싱턴 선언’을 놓고 나온 상반된 평가를 전했다.
워싱턴 선언은 한미 양국이 ‘핵 협의그룹(NCG)’을 설립해 미국의 확장억제 계획을 공유 및 논의하고,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국의 전략 자산을 정례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되 한국은 자체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NYT에 “역사는 윤석열 정부를 한국 정부 최초로 북핵을 시급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한 정부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연 미국 신안보센터(CNAS) 연구원도 “한국이 그동안 워싱턴과 논의할 수 없었던 핵 억제력에 관해 처음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됐다”며 “워싱턴 선언은 한국으로선 큰 승리”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소탐대실’했다고 주장하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고 NYT는 전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워싱턴 선언이 실질적이고 환상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빈 껍데기”라며 “미국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NYT는 워싱턴 선언에 따른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가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북한에 또 다른 핵무기 확장 구실을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매체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워싱턴 선언을 ‘확장 억제’가 아닌 ‘위기의 확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한국에서 진행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핵 억지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본 응답이 49%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이처럼 회의적인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은 ‘미사여구’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이병철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진단을 함께 소개했다.
무엇보다 일자리 감소로 고군분투 중인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이번 워싱턴 선언의 성과는 미흡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NYT는 지적했다. 최근 몇 달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과학법으로 한국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는데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합의로 그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는 “한국 젊은이들은 (윤 대통령이 부른) ‘아메리칸 파이’ 가사는 몰라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안다”고 말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