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낙삼 신신예식장 대표(91)와 아내 최필순씨(81). /사진=LG |
경남 창원에서 55년간 1만 4000쌍의 부부에게 무료로 결혼식을 올려준 백낙삼 신신예식장 대표가 2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고(故) 백낙삼씨는 지난해 4월 쓰러져 뇌출혈 진단을 받고 1년 투병 끝에 이날 숨졌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고인은 20대부터 길거리 사진사로 일하며 20원씩 모은 돈으로 1967년 3층짜리 건물을 매입, 예식장으로 운영했다. 이후 돈이 없어 식을 올리지 못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사진값만 받고 식장 대관을 비롯한 예식 비용은 받지 않았다.
그는 가난 때문에 결혼식을 미뤘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선행을 베풀었다. 이처럼 오랜 선행이 알려지며 고인은 2021년 LG 의인상을 받았고, 윤석열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2022년 1월 14일 신신예식장을 찾은 바 있다.
고인은 2021년 10월 1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도 출연했다. 사연에 따르면 과거 고인은 중앙대 교육학과에 입학했으나 집안의 사업이 망하며 졸업을 1년 앞두고 학업을 그만두게 됐다.
그러던 중 가족들은 고인만 남기고 야반도주했고, 홀로 남은 그는 길거리 사진기사 등을 하며 돈을 벌었다. 이 돈으로 건물을 사고 신신예식장을 시작하게 된 것.
당시 그는 “1967년 6월 처음에 무료 예식을 시작할 땐 사진값만 받고 다른 것은 일체 무료였다. 그러다가 2019년에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이게 ‘정부에서 채찍질하는가 보다’ 해서 그때부터 사진값도 안 받고 있다”고 했다.
고(故) 백낙삼씨.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화면 갈무리 |
고인은 방송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1977년도에 이 예식장에서 결혼했다는 분한테 전화가 왔다. 당시에는 형편이 너무 좋지 않아 아무런 보답도 못 하고 왔는데 지금은 부자 소리를 듣고 있으니 돈을 보내고 싶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내가 정말 고마워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앞으로 사회에 더욱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답장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인터뷰를 마치며 100살까지 예식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소원을 남겼다. 그는 “100살이 되면 내가 결혼시켜 준 신혼부부 전화번호가 적힌 장부를 배낭에 넣고 전국 일주를 하고 싶다”며 “이들 부부가 얼마나 잘 사는지 찾아보러 떠나겠다”며 웃었다.
한편, 신신예식장은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아들 백남운씨가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그는 “아버지가 연세가 드니까 ‘이제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나’ 하셔서 ‘제가 이어서 할까요’하는 대화를 했었다”며 “그 시점이 빨리 와서 그게 아주 아쉽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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