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의혹이 제기된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녹취 파일을 직접 공개한 미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악플(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일부 극성 지지층이 외신 기자에게 ‘악플 폭탄’을 날린 사례가 있다.
한국계 미국인 기자 미셸 예희 리 WP 도쿄 서울지국장은 26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현재 내 이메일과 DM(다이렉트 메시지) 상태”라며 자신이 받은 문자 캡처본을 공유했다.
내용을 보면 “너 같이 생긴 게 워싱턴포스트에 있으면서 미국인인 척하나”, “빨갱이”, “해충” 등 욕설이 적혀 있다. “교통사고 나라” 등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앞서 미셸 리 지국장은 지난 24일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둔 윤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용을 두고 여당 일각에서 ‘오역 의혹’이 일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주어가 빠졌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미셸 리 지국장은 직접 해당 녹취록을 공개하고 나섰다. 그는 “번역 오류 문제와 관련해 인터뷰 녹음본을 다시 확인해 봤다. 여기에 정확한 워딩이 있다”라고 밝혔다.
리 지국장이 첨부한 녹취록에는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주어가 포함된 윤 대통령의 발언이 기록돼 있다. 그러나 리 지국장이 직접 논란에 대해 반박했음에도 후폭풍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외신 기자가 일부 극성 지지층으로부터 악플 세례를 받은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미 금융 매체’ 블룸버그’ 소속 A 기자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을 때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일부가 문자 폭탄을 퍼부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이 기자의 트위터에는 “국익을 방해하는 매국자”, “매국노”, “언론인이 아닌 쓰레기” 등 원색적인 욕설 댓글이 달렸고, 학력·과거 직장 이력 등 신상정보를 퍼뜨리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외신 기자를 향한 일부 지지층의 무분별한 공격에 우려를 표했다. “나라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소양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다” 등 반응이 나왔다.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당신을 응원한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진실을 알리는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 등 리 지국장을 격려하는 댓글도 다수 게재됐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