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일상회복이 되면 좋아질 거라 예상했던 정신건강 지표가 되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대형 재난 이후 2~3년이 지나 자살률이 반등하는 경향의 신호로 보는 만큼 자살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25일 발표한 ‘2022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감 경험률’은 지난해 6.8%로 전년 대비 0.1%P 상승했다. 국민 15명 중 1명은 1년 안에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 있을 정도의 우울감을 느꼈다는 의미다. 2018년(5.0%)부터 4년 연속 증가세다.
그간 일각에선 코로나 2년차였던 2021년까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영향으로 우울감 지표가 오를 수밖에 없었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진 2022년엔 나아질 거란 전망이 있었다. 이와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등 큰 재난으로 인한 심리적 후유증은 발생 직후 일정 시차를 두고 일어난다”며 “안타깝지만 올해도 우울감 지표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혹은 ‘많이’ 느끼는 ‘스트레스 인지율’은 다행히 전년(26.2%) 대비 꺾인 23.9%로 나타났다. 그러나 4명 중 1명 정도는 큰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점에서 여전히 높은 수치다. 질병청은 “2022년은 일상을 회복해온 해”라며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지표의 원인에 대해서는 심층 분석을 해보겠다”고 했다.
올해는 코로나 극복의 해인데
올해는 일상회복을 넘어 코로나 극복의 해로 꼽힌다. 이 가운데 정신건강 지표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만큼 향후 자살률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7년 24.3명→2018년 26.6명→2019년 26.9명으로 2년 연속 오르다 2020년(25.7명) 감소했는데 코로나 2년차인 2021년엔 26.0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초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고립에 따라 비슷한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는 반면 포스트 코로나 때는 코로나 시기 단절됐던 인간관계 등 많은 것들이 시작됨에 따른 제각기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우울의 질 측면에서 코로나 극복 이후가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이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베르테르 효과’(모방 자살)가 확산할 우려도 커졌다. 지난 19일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인 문빈(25)의 사망 소식이 들려온 데다 16~20일 닷새 만에 서울 강남구에서 10대 청소년이 3명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친구·교사와의 교류가 단절된 대신 스마트폰 노출이 많아지면서 교실 내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따른 불안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많다. 임명호 교수는 “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인 10대 청소년 때가 성인보다 우울감에 더 민감하고 취약하다”며 “엔데믹이 시작된 만큼 학교의 역할이 커졌다. 예전처럼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모임을 재개하고 마음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2027년까지 자살률 30%를 줄인다는 목표의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한 바 있다. 10년 주기로 무료로 가능한 정신건강검진을 2025년부터 2년 주기로 단축하고 전국 시도에 거주자 특성에 맞는 ‘생명존중안심마을’을 설립하겠단 방안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일상회복에도 우울감은 더 오른 데다 코로나 극복 이후 자살률은 오를 수 있는 만큼 기본계획을 실현하되 대책에 없는 좋은 자살예방 방안도 마련·실행돼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살예방기본계획엔 없더라도 필요하고 시급한 방안이라면 매년 시행계획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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