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이고 경력직이라서 수습기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입사했다. 그런데 오늘 근로계약서를 보니 수습 기간 중 임금 70%를 지급한다고 적혀 있더라.” (직장인 A씨)
“면접 때 대리 입사라고 했는데 입사 뒤 사원으로 발령이 났다. 사무직으로 들어왔는데 현장 업무까지 시킨다.” (직장인 B씨)
직장인 10명 중 2명 이상이 채용 사기 또는 과장 광고를 경험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4일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3~10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채용공고나 입사 제안 조건이 입사 뒤 실제 근로조건과 다르다는 응답이 22.4%로 나타났다.
이 응답은 노동 약자인 비정규직(25.3%), 비노조원(23.3%), 생산직(28.6%), 5인 미만(29.8%)에서 높게 나타났다.
입사 면접에서 불쾌하거나 차별적인 질문을 받는 등 부적절한 경험을 했다는 응답은 17.5%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 22.8%로 남성(13.5%)에 비해 높았다.
직장인 C씨는 직장갑질119에 “괜찮은 직장은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줄 알았다. 그런데 면접에서 (결혼을 안 했다고 하니) 읽어서 그러냐’, ‘자기같이 결혼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여자 팔자 뒤웅박 그런 소리도 한다. 입사하러 간 사람한테 빨리 시집가라는 게 말이 되냐”고 제보했다.
채용 비리 제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한 어린이집 원장이 딸을 채용하기 위해 교사를 권고사직으로 해고하고, 어느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자녀, 손자까지 금고에 계약직으로 입사시켰다”며 “또 다른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채용 비리를 피하고자 다른 새마을금고에 자녀를 입사시키는 ‘채용 비리 교환’까지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본 중의 기본인 근로계약서 작성·교부조차 이뤄지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27.3%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절반이 넘는 50.3%가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위반하고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계약서를 일단 쓰고 나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당장 밥벌이가 중요한 직장인, 취준생에게 신고는 그림의 떡”이라고 짚었다. 이어 “채용절차법은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작은 회사에서는 ‘채용갑질’을 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다”며 “채용절차법을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고, 허위·과장 광고를 엄벌하면 ‘채용갑질’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김기홍 노무사는 “불공정 채용의 원인은 고용세습이 아니라 계약과정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나는 갑을관계에 있다”며 “정부는 채용 갑질 문제 근절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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